[프로야구]또 바뀐 2위, 느긋한 삼성 매직넘버 5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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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7회 7점 폭발, SK 대파

“나지완 홈런, 나지완 홈런.”

관중은 입을 모아 KIA 나지완의 홈런을 연호했다. 선두 삼성과 4위 KIA의 경기가 열린 22일 대구구장에서였다. 그런데 이 응원이 터져 나온 것은 KIA 응원석이 아니었다. 3루 측 삼성 팬들이 나지완을 연호했다. 상대 선수의 홈런을 바라는 기이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삼성은 8회말까지 5-1로 앞서고 있었다. 4점 차라서 세이브 상황이 되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끝판대장’ 오승환이 등판할 일이 없었다.

그렇지만 팬들은 오승환이 던지는 모습을 보고 싶어 했다. 때마침 9회 삼성의 두 번째 투수로 나온 임진우가 선두 타자 안치홍에게 안타를 허용했다. 후속 타자 나지완만 출루하면 세이브 상황이 된다. 이를 알아챈 팬들이 나지완을 연호하기 시작한 것이다.

공교롭게 임진우는 나지완에게 볼넷을 허용해 무사 1, 2루의 위기를 맞았다. 3루 측 삼성 팬들은 오히려 환호했다. 두 가지 이유였다. 오승환을 믿었고, 선두를 질주하는 팀의 팬들이라 여유가 넘쳤다.

14일 롯데전 이후 8일 만의 등판이었지만 오승환은 여전했다. 특유의 돌직구를 힘차게 포수 미트로 꽂아 넣었다. 5번 타자 김상현과 6번 타자 박기남을 연속으로 돌려 세웠다. 2사 후 류재원에게 좌익선상 2루타를 맞아 1점(임진우의 실점)을 내줬지만 후속 차일목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 세우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날 세이브로 오승환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연속 경기 세이브 기록을 21로 늘렸다. 또 시즌 43세이브째로 역시 자신이 갖고 있는 한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2006년 47개)에도 4개 차로 다가섰다. 삼성은 이날 6개의 안타밖에 때리지 못했지만 고비마다 나온 KIA 야수들의 실책을 발판삼아 쉽게 점수를 내며 5-2로 승리했다. 이날 삼성이 이기고 전날까지 2위였던 SK가 롯데에 패하면서 정규시즌 우승 매직넘버는 ‘5’가 됐다.

롯데는 7회에 터진 이대호의 3점 홈런 등 장단 10안타로 SK를 12-2로 대파하고 하루 만에 2위에 복귀했다. 넥센은 LG를 6-2로, 한화는 두산을 8-1로 각각 꺾었다.

대구=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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