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빅벤 앞에서 템스 강변을 따라 관청가와 총리 관저가 있는 화이트홀 방향으로 걸어가면 영국해협 항공전 기념비를 볼 수 있다. 이 기념비에는 병사들에게 바친 윈스턴 처칠 전 총리의 헌사가 새겨져 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적은 사람들로부터 이렇게 많은 은혜를 입은 적은 세상에 없었다.’
1940년 독일군은 프랑스 됭케르크 철수 이후 육군 병력을 상륙시키는 대신 공군력으로 영국을 제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도버해협에서 영국 전투기와 독일 폭격기, 전투기의 치열한 공중전이 벌어졌다. 이것이 영국해협 항공전이다.
영국 조종사들은 독일 폭격기를 저지하려고 필사적인 노력을 했지만 중과부적. 독일의 침투를 완전히 저지할 수는 없었다. 런던과 주요 도시에 하루가 멀다 하고 폭탄이 떨어졌다. 화가 난 영국은 베를린으로 폭격기를 출격시켰다. 이때부터 항공전은 적의 기지와 방산시설, 철도, 통신 등 전략자산뿐만 아니라 민간인을 향한 학살극으로 바뀌었다.
이 와중에 웃지 못할 촌극이 발생했다. 전투기와 폭격기 조종사의 난투극이었다. 영국의 폭격기는 밤에 출격하고 전투기는 낮에 출격했다. 그들은 전장에서는 서로를 볼 수 없었다. 어쩌다 주점이나 거리에서 만나면 서로 자신들은 목숨을 걸고 싸우는데 너희는 왜 놀고 있느냐며 비난을 퍼부었다. 젊은 군인들의 괜한 경쟁의식에 어처구니없는 오해가 겹쳐 비행장 주변 술집에서는 주먹다짐이 그칠 날이 없었다. 하늘에서는 독일군과 싸우고 땅에서는 영국군끼리 싸운다는 우스갯소리까지 생겼다.
누구나 자신의 공간에서 세상을 본다. 세상은 절대 공평할 수 없지만, 자신의 공간에서 바라보면 더 불편해 보인다. 나는 고생하는데 저들은 놀고, 나는 열심히 사는데 저들은 빈둥거리는 것 같다. 선동꾼들은 이 틈을 파고들어 갈등을 조장하고 잘못된 해결책을 판매한다. 영국군 조종사들은 그렇게 싸웠어도 전쟁에서 승리했다. 우리는 혐오와 갈등이라는 우리 세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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