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석의 일상에서 철학하기]선거는 빛나는 별을 그리는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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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석 철학자·영산대 교수
김용석 철학자·영산대 교수
선거일은 정치적 축제일입니다. 투표일이 공휴일이라서 하는 말은 아닙니다. 선거 역시 인류 문명사에서 다양한 축제가 지녔던 특징들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인류학자들은 축제의 특성으로 비일상성, 공동체적 성격, 현실과 이상의 관계, 도덕적·교육적 차원 등을 중요하게 다룹니다. 선거도 이 모든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우선 선거도 축제처럼 매일 있는 행사가 아닙니다. 비일상적인 특별함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중합니다. 그렇다고 비일상성이 일상생활과 무관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비일상적 특별함은 피드백하여 일상의 삶에 촉매와 자극의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일상의 삶에 ‘변화의 계기’로 작동합니다. 이는 축제 기간 동안의 비일상적 경험이 다시 돌아가게 될 일상적 삶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축제는 본질적으로 공동체적 행사입니다. 선거도 마찬가지입니다. 축제는 공동체적 연대감을 상기시키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축제는 공동체 의식의 표현이자 공동체 구성원 사이의 관계를 재조정하는 기능을 해왔습니다. 선거도 기존의 사회·정치적 요소들에 동의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면서 공동체 구성원 사이의 관계를 재구성하는 과정입니다. 선거는 잘못되고 부족한 정치질서를 수정하면서 나라 사람들 사이의 진정한 관계를 만들어가는 ‘시대적 발효소’의 역할을 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현실과 이상의 관계는 더욱 분명해집니다. 삶의 변화와 갱생의 계기들은 축제적 세계관에서 항상 주도적이었습니다. 축제는 자유롭고 평등하며 풍요로운 유토피아에 일시적으로 들어가는 ‘제2의 삶의 형식’이었습니다. 축제는 이상 사회를 향한 상상력을 일깨워 주었는데, 이는 선거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선거는 ‘더 나은 삶’에 대한 갈망과 함께 구체적 실천의 기회이기 때문에 훨씬 더 현실적인 전략을 구사해야 합니다. 선거를 치밀한 ‘정치적 창조의 순간’으로 삼을 때 그 가치는 극대화됩니다. 정치인들은 유세 기간 내내 각자 자신에게 유리하게 ‘선거 프레임’을 만들지만, 유권자는 선거를 통해 나라 전체를 위한 미래의 ‘정치 구도’를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선거는 공직자 선출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축제가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유토피아적 지향성을 갖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공동체의 도덕과 그것을 가르치고 소통하고자 하는 교육성을 내포합니다. 선거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치인들은 유세 기간 내내 전략적으로 이성을 의지로, 지식을 행동으로, 비판을 비난으로 교체하면서 ‘먹고사는 문제’와 ‘죽고 사는 문제’로 유권자들의 표심을 사려 했습니다.

‘이해하는 것’에 대해 ‘산다는 것’을 지나치게 도식화하고 우선시하면 합리성과 도덕성 그리고 젊은 세대를 위한 교육성을 상실하게 되는 결과에 이릅니다. 선거일은 ‘먹고 싸우며 사는 것’에 대한 집착에서 ‘생각하며 사는 것’으로의 정신적 이완을 실천하는 날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선거는 ‘성찰적 축제’입니다. 유세 기간은 ‘공연 정치’의 시간이었습니다. 투표하는 날만큼은 정략적 공연을 벗어나는 시간입니다.

사실 축제의 첫 번째 특성은 종교성입니다. 문화인류학자들이 동의하듯이 축제는 종교 의식에 그 기원이 있습니다. 이 점을 마지막으로 논하는 것은 그것이 너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투표를 하며 우리는 기원합니다. 더 나은 나라를 염원합니다. 투표의 시간은 ‘정치적 기도’의 순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각자의 한 표가 신성한 것입니다.

김용석 철학자·영산대 교수
#선거#축제#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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