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옥의 가슴속 글과 그림]키스의 달콤함을 느껴보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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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 리히텐슈타인, 키스, 1962년
로이 리히텐슈타인, 키스, 1962년
신문이나 잡지에 실린 만화를 캔버스에 옮긴 것을 예술작품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미국의 화가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작품은 관객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잘생긴 군인과 금발의 미녀가 키스하는 순간을 그린 이 그림은 한눈에도 만화처럼 보인다. 실제로 만화에서 이 장면을 가져왔다. 100% 베낀 것은 아니다. 인쇄된 만화 이미지를 환등기를 이용해 캔버스에 확대해 옮긴 후 붓과 물감을 이용해 손으로 직접 그렸다.

왜 만화의 한 장면을 힘들게 수작업으로 다시 그렸을까? 관객과 소통하는 열린 미술을 창조하기 위해서다. 리히텐슈타인은 상업미술인 만화에서 순수미술이 갖지 못한 장점을 보았다. 만화는 뜻을 이해하기 어려운 현대미술과는 달리 쉽고 간결하고 신속하게 내용이나 의미를 감상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

즉 시각적 호소력이 강하다. 굵은 윤곽선, 삼원색(파란색 배경, 여자의 빨간 입술, 손톱, 의상, 금발), 단순함 등 만화기법을 이 그림에 활용한 것도 키스의 황홀경에 빠진 연인들의 벅찬 감정을 보다 강렬하게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에드몽 로스탕의 희곡 ‘시라노’에서 주인공 시라노는 키스의 황홀경을 이렇게 비유한다.

“그것은 입을 귀로 여기는 비밀이자 꿀벌의 윙윙거림만 들리는 무한의 순간. 꽃의 달콤함을 맛보게 해주는 결합, 서로의 마음을 호흡하고, 입술 끝으로 서로 영혼을 맛보는 방식이 아닌가요! 입맞춤, 그것은 너무도 고귀해 프랑스의 여왕도 귀족 중 가장 행복한 자에게 한 번 맛볼 수 있게 했소. 여왕조차도!”

리히텐슈타인의 키스 그림은 꿀벌의 윙윙거림만 들리는 무한의 순간을 느끼게 해준다.

이명옥 한국사립미술관협회장
#로이 리히텐슈타인#만화#시각적 호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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