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옥의 가슴속 글과 그림]세상과 거리 두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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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 바넷, 책 읽는 여자, 1965년.
윌 바넷, 책 읽는 여자, 1965년.
가끔은 인터넷도 끄고 휴대전화도 끄고 스스로 고립되고 싶어진다. 자신만의 은신처에서 남을 위해 사용하던 시간을 온전히 나 자신만을 위해 쓰고 싶어진다.

세상과 거리를 두는 가장 좋은 방법은? 책 읽기다.

독서는 번잡한 일상의 소음을 차단해주는 방음벽 역할을 한다. 침묵의 공간에서 깊게 생각하고 천천히 느끼는 명상의 시간을 갖게 해준다.

이 그림 속 여자도 명상적 독서를 실천하고 있다. 애완용 고양이에게만 자신의 영역을 침범할 수 있는 권한을 주었을 뿐, 혼자 침대에 누워 독서에 몰입하는 자유를 누리고 있으니 말이다.

수백 년 동안 예술가들에게 ‘책 읽는 여자’는 매력적인 주제였다.

화가들은 왜 독서하는 여자를 그리는 것일까? 여성의 은밀한 일상과 사적인 공간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즉 관음증을 충족시키려는 욕구가 ‘책 읽는 여자’라는 이색적인 주제를 개발한 동기가 되었다는 뜻이다.

뉴잉글랜드 출신 화가 윌 바넷은 전통적인 주제를 수직과 수평의 기하학적 구도, 단순화된 형태, 강렬한 색상대비 등 그래픽적 요소와 결합해 21세기형 ‘책 읽는 여자’를 창조했다. 그림 속 여자를 보면 종이책은 영원하다는 확신이 생긴다. 역사학자인 로버트 단턴도 종이책의 장점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책은 정보를 제공하고 쉽게 넘겨보고 편하게 누워서 읽어도 좋고 보관하기도 쉬우며 쉽게 망가지지 않는 정말 놀라운 도구라는 것이 증명되었다. 업그레이드나 다운로드할 필요도, 부팅이나 암호를 입력할 필요도 없다. 겉모습은 눈을 즐겁게 하고 손에 쥐기 편한 형태 또한 기쁨을 준다.’

그의 종이책 예찬에 한 가지를 덧붙이고 싶다. 책은 명상의 도구로도 활용될 수 있다고.

이명옥 한국사립미술관협회장
#인터넷#시간#책 읽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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