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세영의 따뜻한 동행]다르게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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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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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지인이 네 살배기 손녀 사진을 보여줬다. 그 또래의 귀여운 여자아이였다. 그런데 신발이 특이했다. 왼쪽과 오른쪽 색깔이 달랐다. 내가 신발을 눈여겨보자 “얘는 항상 신발 한 켤레를 같은 색으로 신으려 하지 않아요. 이번 겨울에도 부츠를 사러 갔는데, 빨간색과 갈색이 맘에 든다면서 한 짝씩 신겠다고 우겨서 할 수 없이 두 켤레를 사서 이렇게 신겼어요”라고 설명했다.

“손녀딸이 크면 아티스트 되겠어요!”

내가 감탄하자 그런 끼가 보인다고 했다. 손녀가 어른들의 습관적 사고를 번번이 깨뜨린다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더 감탄한 것은 그 아이의 부모였다. 무럭무럭 자라는 아이들이라서 1년 뒤에 그 신발을 다시 신기 어려울 텐데도 쓸데없이 떼를 쓴다고 하지 않고 아이의 취향을 존중해주는 부모의 태도가 아이를 훌륭한 아티스트로 키울 것 같았다.

나는 “진정한 발견이란 새로운 땅을 밟는 것이 아니라 그 땅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데 있다. 발견이란 모든 사람이 본 것 중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라는 말을 좋아한다. 우리가 가진 고정관념 때문에 보지 못하는 것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여주는 사람이 아티스트다. 나는 지인이 보여준 손녀 사진을 들여다보면서 “나는 왜 한 번도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왜 신발을 항상 같은 색깔로 신어야 한다는 습관에 이의를 가져본 적이 없었을까” 자문해 보았다.

오래전, 건널목에서 “엄마, 왜 초록색인데 파란불이라고 해?”라고 묻던 아들의 말이 생각난다. 마침 빨간불이라서 “파란불이 들어오면 건너자”라고 말한 나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아들의 말을 듣고 보니 나도 같은 의문이 들었다. 왜 초록색인데 파란불이라고 말하고 있지?

3월이 오면 이런 생각을 가진 많은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할 것이다. “왜?”를 달고 다니는 아이들이 교실에서 어떤 아이로 인정을 받고, 어떻게 성장할지 사실은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 잔디 깎는 기계가 지나간 잔디밭처럼 키가 똑같은, 그래서 보기는 좋지만 개성이 없는 어른으로 성장하면 어쩌나 괜한 조바심이 난다.

초등학교 교사 30년 경력의 선생님이 학교 성적표에 학생들의 행동발달 상황을 기록하다가 장점이 단점이고, 단점이 장점이 된다는 걸 깨달았다는 말을 했다. “이 학생은 명랑 쾌활하여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라고 칭찬을 하다 보면 “그러나 주위가 산만하다”가 저절로 따라오고, “이 학생은 차분하고 집중력이 있다”고 칭찬하다 보면 “그런데 행동이 소극적이고…”라는 말이 뒤따라오더라는 것.

명랑하면서 동시에 차분하기는 어려운 것처럼 장점을 뒤집으면 단점이 된다. 문제는 어떤 쪽을 보느냐이다. 저마다 다른 아이들의 개성을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어떨까? 아이의 단점이 장점으로 뒤집힐 것이다.

윤세영
#아이들#긍정적인 시선#단점#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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