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톡톡]김영란법 시행뒤 맞춤형 도시락 주문 크게 늘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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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 도시락의 인기가 올라가고 있습니다. 편의점에선 소주, 바나나를 제치고 도시락이 매출 1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일상에 파고든 도시락과 얽힌 이야기를 살펴봤습니다. 》
  


필수품이 돼 간다

 “광화문 일대처럼 회사가 밀집해 있는 지역의 점심시간은 지옥입니다. 어느 식당에 가도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니까요. 음식점에서 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아까워요. 요즘엔 동기들이랑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 와 회사에서 편하게 먹죠. 후딱 밥 먹고 커피라도 느긋하게 마시는 게 훨씬 나은 것 같습니다.” ―이주현 씨(27·인턴사원)

 “호텔의 테이크아웃 도시락 매출이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크게 늘었습니다. 비즈니스 미팅이 단출해지며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호텔 도시락이 인기를 끌게 된 거죠. 지난달 도시락 판매량은 1800개나 됐어요. 이전에는 월 100개에서 200개 판매되던 걸 감안하면 엄청나게 늘어난 거죠.” ―김양희 씨(36·서울 명동 세종호텔 홍보팀)

 “주말에 고등학교 친구들 만나 골프 치고 집 근처 ‘내무반 식당’에 들릅니다. 거긴 밥을 도시락에 담아 줘요. 옛날 도시락 느낌을 살려 양은 도시락에 담아 주는데 먹으면서 옛날 얘기 많이 합니다.” ―최길주 씨(58·감정평가사)

 “1, 2학년 때는 만날 애들이랑 몰려다니며 학생식당에서 밥 먹었어요. 복학생이 되고 나니 친구들과 수업이 겹치지도 않고 다들 바빠 밥 먹으려고 모이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혼밥’이 유행이지만 아직 식당에서 혼자 밥 먹는 건 눈치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공강 시간마다 주변 도시락집에서 도시락을 사 와 자취방에서 먹습니다.” ―박원언 씨(26·대학생)

 “최근 설문조사에서 전체10명 중 8명(79.2%)이 일상생활에서 도시락은 꼭 필요하다고 응답했습니다. 도시락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는 거죠. 도시락을 구매할 때 가장 많이 고려하는 요소는 맛(57.7%. 중복 응답)과 가격(53.3%)이었습니다.” ―송으뜸 씨(32·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커뮤니케이션팀)
 

질 향상에 1인 가구 애용

 “경제적인 면이 크겠죠. 취업하기는 계속해서 어려워지고 늘어나는 일자리는 비정규직이라 주머니 사정이 녹록지 않잖아요. 그러니 도시락을 찾는 겁니다. 도시락을 단순한 트렌드로 보기보단 안타까운 경제적인 상황과 함께 바라볼 필요도 있습니다.” ―전상인 씨(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예전에 편의점 도시락은 완전 인스턴트 느낌이었거든요. 하지만 요새는 백종원 도시락, 풀무원 도시락같이 믿을 만한 브랜드가 편의점에 들어와 있고 맛과 식재료의 품질도 예전의 인스턴트 느낌과는 다르죠. 시장이 커지고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소비자가 믿고 먹을 수 있는 제품이 많아졌어요.” ―이근우 씨(27·대학생)

 “최근 신한카드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외식 1인 결제 비율은 2011년 3.3%에서 2015년 7.3%로 늘어났습니다. 업계에서는 1인 가구가 늘면서 도시락으로 대표되는 가정 식사 대체 식품(HMR) 매출이 5년 안에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강은혜 씨(29·한솥도시락 마케팅팀)
  

소통의 도구가 되다

 “요즘 ‘리그오브레전드’라는 온라인 게임을 보다가 한 프로게이머의 팬이 됐어요. 얼마 전에 그 프로게이머가 대회에 나갔는데 경기 전에 열린 간단한 팬 미팅 때 제가 직접 준비한 도시락을 전해 줬어요. 팬심을 전달하는 데 직접 준비한 도시락만큼 정성을 보여 줄 수 있는 게 있을까요?” ―박은우 씨(23·대학생)

 “취업 준비생들이 점심시간에 회사 본사를 찾아가 신입 사원들과 함께 도시락을 먹으며 소통하고 있습니다. 회사에서 마련해 준 도시락을 회사원들과 먹으며 취업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죠. 가볍게 도시락을 먹으며 고민을 나눌 수 있기 때문에 청년들이 더 편하고 자유롭게 이야기합니다.” ―이하영 씨(24·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

 “직원들끼리 자유롭게 소통하고 회사의 인맥을 넓히려고 사내 도시락 미팅을 계획했습니다. 회사 이야기 대신 악기 연주, 봉사활동과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이에요. 직원들의 만족도도 높습니다.” ―신윤혁 씨(36·정보기술 서비스 업체 DK유엔씨 인사총무팀)
 

직접 만드는 사람들


 “도시락을 만들어 팔고 싶은 예비 창업자들이나 특별한 날을 위해 도시락을 직접 준비하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 ‘도시락 쿠킹 클래스’ 강좌에 많이 등록합니다. 많은 반찬을 한꺼번에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유익하죠.” ―김수남 씨(도시락 전문 학원 키친스토리 대표)

 “3주 뒤 아마추어 복싱대회에 참가해요. 체중을 감량해야 하는데 회사 다니다 보니 회식 자리도 있고 해서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집에서 준비해 온 고구마, 야채 샐러드 도시락만 꿋꿋이 먹죠. 아침마다 도시락을 싸는 게 귀찮기는 하지만 그래도 대회 출전을 위해 참고 있습니다.” ―유희성 씨(27·회사원)

 “첫째 아이가 얼마 전에 첫 소풍을 간다고 하더라고요. 인터넷에서 ‘라이언 캐릭터 도시락’ 만드는 법을 찾아 카카오톡 캐릭터 모양대로 아이의 첫 소풍 도시락을 만들어서 놀라게 해 줬습니다. 직접 도시락을 만드니 옛날 소풍 가던 날 아침에 엄마가 달걀 지단 부치던 추억이 생각나고 좋았어요.” ―최현정 씨(33·주부)
 

소비자 요구에 맞추는 서비스

 “편의점에서 도시락 사려고 메뉴를 고르다 보면 별로 안 좋아하는 반찬도 같이 들어 있을 때가 많잖아요. 요즘 늘어나고 있는 도시락 카페에서는 그런 걸 고민할 필요가 없어 좋아요. 다양한 반찬이 있고 내 입맛에 맞는 음식만 골라 담을 수 있으니 남길 일도 없죠.” ―전지원 씨(33·주부)

 “그저 간편하고 저렴하게 한 끼 식사를 때우려 도시락을 찾았던 ‘혼밥족’도 요즘엔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조금 비싸더라도 인스턴트보다는 건강한 밥 한 끼를 제대로 먹고 싶은 거죠. 최근에는 제철 식재료와 장어, 더덕 같은 프리미엄 식재료를 사용한 고급 도시락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김만기 씨(32·본 도시락 마케팅팀)

 “바쁜 일상에서 짧은 시간에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도시락입니다. 이런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원하는 시간과 장소를 알려주면 도시락을 배달해 드립니다. 식사 시간에 회의, 미팅이 있거나 점심시간을 알차게 보내려는 직장인이 많이 이용합니다.” ―이진하 씨(31·트루라이프 호밀 고객감동팀)

 “도시락에 대한 고객의 구체적인 요구가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다이어트와 식습관 개선에 대한 욕구를 도시락에 접목시킨 상품도 그중 하나예요. 임상 영양사가 설계하고 전문 요리사가 레시피를 개발해서 체중 관리 식단으로도 먹을 수 있는 도시락을 만들어 다이어트에 관심 있는 고객들을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장선경 씨(41·풀무원 잇슬림팀)

 “CU편의점에서 집계된 도시락 매출 신장률은 2015년 65.8%에서 2016년 상반기 202.2%로 큰 성장을 보였습니다. 깐풍기, 함박스테이크, 순대국밥 도시락처럼 기존에 없던 다양한 메뉴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매주 신상품 도시락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김정훈 씨(40·BGF리테일 간편식품팀)
 
오피니언팀 종합·최형진 인턴기자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4학년
#도시락#편의점#소통의 도구#취업 준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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