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훈의 ‘고전에서 배우는 투자’]<69>후퇴의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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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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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경기는 물론이고 인생에서도 좌절감은 객관적인 판세보다 빠른 속도로 자신을 무너뜨린다. 일보 후퇴할 상황에서도 자신감을 잃지 말자.
스포츠 경기는 물론이고 인생에서도 좌절감은 객관적인 판세보다 빠른 속도로 자신을 무너뜨린다. 일보 후퇴할 상황에서도 자신감을 잃지 말자.
우리는 후퇴를 치욕적인 일로 생각한다. 경쟁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후퇴는 곧 침체이자 실패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퇴와 전진, 실패와 성공은 동일한 것의 다른 면모일 수도 있다.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인 것처럼 후퇴는 전진을 위한 또 다른 기회이자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삼국지’의 조조가 유비의 근거지인 한중을 탈취하기 위해 북산으로 군량미를 옮기던 중이었다. 유비의 부하인 조자룡이 군량미를 뺏기 위해 출발했지만 정작 그를 막아선 것은 조조의 막강한 군사였다. 그러자 조자룡은 후퇴를 하면서도 공격을 계속했다. 아군의 성으로 돌아와서는 성문을 걸어 잠그기는커녕 오히려 활짝 열어놓았다. 그리고 이렇게 명령했다.

“깃발을 내리고 북소리를 멈추어라!”

이 광경을 본 조조군은 섣불리 성을 공격하지 못했다. 혹시나 복병이 있을까 하는 염려 때문이었다. 조자룡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또다시 북소리를 드높이며 조조군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조조군은 자신끼리 밟고 밟히며 달아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강물에 빠져죽은 군사가 셀 수 없이 많았다. 다음 날 성에 도착한 유비는 간밤의 전쟁터를 돌아보며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조자룡은 온몸이 담덩어리로구나!”

이 이야기에서 유래한 ‘일신시담(一身是膽)’이라는 고사성어는 ‘온몸이 쓸개로 이뤄져 있다’라는 뜻으로, 두려움을 모르는 강하고 담대한 사람을 비유한다. 이런 조자룡이 보여준 전투 방식의 특징은 후퇴하면서도 결코 공격을 멈추지 않는 이른바 ‘후퇴의 공격’이다. 형세가 불리해지자 조자룡은 후퇴하면서도 조조군과 싸움을 계속했고 아군의 성으로 후퇴한 후에도 성문을 잠그지 않고 또다시 공격의 기회를 열어놓았다. 후퇴를 결정하는 자는 자신이 패배했다는 심리적 좌절감에 빠지기 쉽다. 이 좌절감은 객관적인 판세보다 빠른 속도로 자신을 무너뜨리게 마련이다. 잠시 멈춰 섰다고, 어느 순간 정체됐다고 자책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그 자책이 당신을 무너뜨릴 뿐이다. 후퇴하면서도 결코 전진을 멈추지 않겠다는 강한 마음이 필요하다.

이남훈 경제 경영 전문작가
#일신시담#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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