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훈의 ‘고전에서 배우는 투자’]<30>타인을 향해 소통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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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닌 상대방의 언어로 이야기하는 것이 소통이다. 동아일보DB
내가 아닌 상대방의 언어로 이야기하는 것이 소통이다. 동아일보DB
우리의 삶은 ‘관계의 연속’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시작된 부모 자식의 관계부터 친구, 부부, 동료 조직 내 관계까지…. 모든 것은 관계에서 시작되고 관계로부터 유지된다. 관계를 떠난 인간은 사회적으로 온전히 설 수 없고 자신의 정체성마저 제대로 유지하기가 힘들다. 그런데 관계의 근원에는 ‘의사소통’이 있다. 올바른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않으면 관계도 제대로 성립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의사소통에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중국 후한 말기에 모융이라는 학자가 있었는데, 불교학에 아주 능통했다. 그는 주변의 유학자들과 이야기할 때마다 불교학이 아니라 유학의 예를 들어 이야기를 했다. 이를 곁에서 지켜보던 불교학자들은 모융을 비판했다. 불교학에 자부심이 없기 때문에 유학자들과 늘 유학에 관한 이야기만 한다는 이유였다. 어느 날 모융은 자신을 향한 비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옛날 노나라에 공명의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가 하루는 소를 향해 거문고를 켜줬지만 소는 미동도 하지 않고 풀만 뜯어 먹었다. 공명의가 다시 모기 소리와 송아지의 울음소리를 흉내 냈다. 그러자 소는 하던 일을 멈추고 그 귀에 귀를 쫑긋 세우며 관심을 기울였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소에게는 소에게 맞는 소리를 들려줘야 관심과 흥미를 유발할 수 있다. 내가 유학자들에게 불경이 아닌 유학자들의 책을 예로 드는 건 바로 이런 이유다.”

우리는 모두 주변과의 원활한 관계를 지향한다. 최고경영자는 직원과, 상사는 부하와, 리더는 팔로어와 올바른 관계 형성을 원한다. 하지만 문제는 관계에 대한 바람만 있을 뿐, 실질적으로 그 바람을 이뤄낼 수 있는 소통의 기술에 대해서는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 소통의 핵심은 자신의 수준에서 말하는 게 아니라 상대의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는 말을 하는 것이다. 모융이 유학자들과 이야기할 때 자신의 전문 분야인 불교가 아닌 유학의 예를 든 것은 바로 그러한 이유다. 소통은 나를 향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향하는 것이다. 지금 당신의 소통은 누구를 향해 있는가.

이남훈 경제 경영 전문작가
#이남훈의 고전에서 배우는 투자#투자#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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