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서동일]칠전팔기 LG전자 모바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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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일 산업부 기자
서동일 산업부 기자
LG전자 모바일사업부도 화려했던 시절이 있었다. 1년에 모바일 기기를 6000만 대 가까이 팔았던 때다. 당시 동아일보는 ‘LG전자 스마트폰 최다 판매, 지난해 영업이익 5년 만에 최대’라는 기사를 냈다. 2015년 1월 이야기다. 이후 아홉 분기 연속 적자라는 길고 긴 부진이 시작될 줄은 그때는 아무도 몰랐다.

부진의 시작은 뒷면을 가죽으로 입힌 G4의 ‘혁신’부터다. 가죽은 흠집만 났고, 내부 열을 가둬 기기 온도만 높였다. 다양한 모듈을 조립·분리할 수 있도록 한 G5의 ‘혁신’도 마찬가지였다. 완성도라는 기본을 간과하고 변화에만 집중한 탓에 시장의 외면을 받았다. 삼성전자, 애플을 뒤쫓는 입장이라 차별화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던 ‘후발주자 딜레마’ 탓도 컸다.

LG전자 최고경영자(CEO) 조성진 부회장은 이 시기를 ‘냉장고 용량 경쟁’에 빗대 설명한다. 글로벌 가전업체들이 서로 냉장고 용량을 비교하며 경쟁했던 때가 있었다. 한 곳에서 800L를 내면 경쟁사가 850L, 900L를 내는 식이다. 냉장고 속이 깊어지면 명절 때 남은 음식만 가득해질 뿐이라는 비판을 받고서야 경쟁은 끝났다. 시장의 요구를 보지 않고, 그들 혹은 자신만의 혁신에만 매몰됐던 당시 상황이 LG전자 모바일 사업의 모습과 다르지 않단 뜻이다.

LG전자가 G4, G5 실패를 통해 느낀 바도 이것이었을 것이다. 올해 초부터 LG전자는 “완성도를 높이고, 가격을 낮추는 ‘가성비’ 좋은 제품이 LG전자의 살길이다”라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툭 튀어나온 카메라를 집어넣고, 디스플레이를 넓힌 G6를 출시할 때 LG전자가 강조한 단어는 ‘완성도’다. 경쟁사가 하반기 프리미엄 스마트폰 출고가를 100만 원 이상으로 잡을 때 LG전자가 고심 끝에 V30의 출고가를 95만 원 이하로 잡은 것은 완성도에 ‘가성비’를 더하기 위해서다.

한때 LG전자가 모바일 사업을 포기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한 해 1조 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하니 LG그룹 경영진이 미국 구글이나 중국 기업에 모바일 사업을 팔 것이란 소문이 많았다. 당시 LG전자 고위 임원은 “모바일은 미래 사물인터넷(IoT) 시대 가전제품과 자동차, 로봇, 사람을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하게 된다. 자동차 부품과 가전제품을 주요 사업으로 삼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힘들다고 포기할 사업이 아니란 뜻이다.

지난주 사전 예약을 시작한 V30이 모처럼 주목받고 있다. 국내 사전예약률도 역대 LG전자 모바일 중 가장 반응이 좋다고 한다. 올해 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 최고 제품에도 선정됐다.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이동통신사 관계자 사이에서 “V30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수율(투입 원자재 대비 완성된 제품 비율)이 안 나와 LG전자가 초기 물량을 제대로 대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조금씩 돈다. 반짝 흥행에 성공했지만 수율 문제를 잡지 못해 실패작으로 기록된 G5의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LG전자는 매년 한 종류씩 나오는 G, V시리즈의 상표권을 이미 2020년까지 쓸 수 있도록 등록해 놓은 상태다. 국내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중남미 등에도 상표를 출원했다. 완성도와 가성비에 집중한 LG전자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이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언제쯤 들을 수 있을까. 칠전팔기 끝에 LG전자 모바일 G7, G8, G9 시리즈가 반전에 성공했다는 기사를 하루빨리 보고 싶어 하는 팬들이 적지 않다.

서동일 산업부 기자 dong@donga.com
#lg전자 모바일사업부#lg전자 모바일#lg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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