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이승건]‘배리어 프리’ 평창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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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창 겨울올림픽 및 패럴림픽 개막이 1년 앞으로 다가왔지만 분위기는 냉랭하다. 평창에까지 최순실의 그림자가 어른거린 탓이 크다.

 이런 와중에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 있었다. 11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무장애 관광도시 창출 관계기관 협약식’이 그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자치부,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평창조직위원회, 강원도, 강릉시, 평창군, 정선군, 한국관광공사 수장들이 함께한 보기 드문 자리였다.

 각 기관은 이번 협약을 통해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의 접근성 기준에 따라 대회 시설은 물론이고, 개최 도시(강릉시·평창·정선군)의 민간 시설(식당, 숙박, 관광 등)과 공중화장실에 대한 장애인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평창 패럴림픽을 장벽(Barrier)이 없는(Free) ‘배리어 프리’ 대회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패럴림픽까지 잘 마쳐야 성공한 대회로 남을 수 있다는 얘기는 쉽게 하지만 적어도 국내에서 패럴림픽은 여전히 소외받고 있다. 대회 이름부터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병기해야 하는데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이번 협약식은 그래서 더 획기적이다.

 평창 개최가 결정된 이후 장애인 체육계를 중심으로 무장애 개최지를 만들자는 목소리는 꾸준히 있었지만 실행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주무 부처인 문체부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관련 내용을 보고받고 많은 관심을 보였던 조윤선 장관이 지난해 10월에 열린 세계스포츠·문화포럼 참석차 일본에 다녀온 뒤 관계 기관을 설득해 보자고 했다”고 말했다. 2020 도쿄 올림픽 및 패럴림픽 개최국인 일본은 ‘패럴림픽 퍼스트’를 내세우며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그래야 올림픽과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위증 혐의로 고발까지 당하는 등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조 장관이지만 적어도 장애인 체육을 위해서는 큰일을 한 셈이다. 김성일 대한장애인체육회 회장은 “불안한 마음이 걷히고 대회를 제대로 치를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약물로 얼룩지긴 했지만 2014 소치 패럴림픽 때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 개최 도시 소치를 ‘배리어 프리’로 만들었다. 2012년 패럴림픽을 치른 런던은 대회가 끝난 뒤에도 지속 발전 가능한 레거시(유산) 정책을 세워 런던 시내의 장애인 접근성을 크게 개선했다. 조금 늦긴 했지만 우리도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먹고살기 힘든데 패럴림픽에 많은 정부 예산을 써야 하느냐는 말도 나올 법하다. 그러나 ‘무장애 관광도시’는 장애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급증하는 은퇴 세대와 어린이 등 교통 약자들이 마음 놓고 돌아다닐 수 있는 진정한 관광도시를 만드는 일이다. 장애인이 편하다는 건,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편하다는 거다.
 
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why@donga.com
#평창 겨울올림픽#장애인 체육계#패럴림픽#배리어 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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