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창립 18돌 맞는 한국국제협력단 박대원 총재

  • 입력 2009년 3월 30일 02시 59분


다음 달 1일 창립 18주년을 맞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박대원 총재는 “우리나라의 공적개발원조(ODA) 비율을 현재 국민소득의 0.07%에서 2015년까지 0.25%로 올리겠다”고 말했다. 성남=원대연 기자
다음 달 1일 창립 18주년을 맞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박대원 총재는 “우리나라의 공적개발원조(ODA) 비율을 현재 국민소득의 0.07%에서 2015년까지 0.25%로 올리겠다”고 말했다. 성남=원대연 기자
“원조받는 나라들, 한국의 성장 노하우에 관심”

《“우리의 대외원조 규모는 선진국과 비교하면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원조국 국민의 마음을 얻고 있습니다. 한국은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성공적인 변화를 이룬 나라입니다.”

정부 차원의 대외무상원조를 전담하는 공공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4월 1일로 창립 18주년을 맞는다. 박대원 KOICA 총재를 27일 경기 성남시 집무실에서 만났다.》

수혜국서 원조국으로 변신한 유일한 나라로 각광

국력 걸맞게 절대 빈곤국 도와줘야 국격도 높아져

―KOICA는 어떤 일을 하나.

“1960년대까지는 대한민국이 세계 최빈국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40년 만에 경제 10위권 국가가 됐다. 이젠 빈곤에 허덕이는 국가를 우리가 도와줘야 한다. 한국처럼 이른 시일 안에 성장하기를 원하는 나라에 우리의 경험을 전해주는 것이 KOICA가 할 일이다.”

박 총재는 학업 성취도가 높지 않은 학생을 대하는 부모의 차이점을 들었다. 학교 다닐 때 처음부터 공부를 잘했던 부모와 뒤늦게 공부를 잘하게 된 부모는 학업 성적이 부진한 자식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후자가 자녀들을 더 잘 이해해 자녀의 학업성취도를 올리는 데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박 총재의 생각이다. 이처럼 한국형 원조는 수혜국 주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우리만의 노하우가 성공적으로 전수된 사례는….

“1월에 라오스 비엔티안 주 소득증대사업 현장을 찾았다. 따뜻한 기후에도 불구하고 1모작에 그쳤던 이곳이 KOICA의 수자원개발사업 이후 3모작을 하게 됐다. 깨끗한 식수가 10여 개 마을로 흘러가고 이 물로 3모작을 하면서 소득이 3배가량 늘었다.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300km 떨어진 박데이에선 KOICA의 제방 건설 덕분에 마을 땅값이 7배로 뛰어오르기도 했다.”

―대외원조사업이 한국의 국가 이미지를 높이는 데도 많은 도움을 줄 것 같다.

“라오스에 새 인쇄기를 설치해주고 출판전문가를 파견하면서 교과서 제작기술을 전수했다. 지금까지 모두 270만 권의 교과서를 만들었다. 중고교생 모두 우리나라에서 지원한 교과서로 공부하고 있다. 교과서 뒷면에 인쇄된 태극기를 보면서 10년 넘게 공부한 이 학생들이 한국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동남아에 지어준 병원이 늘어나고 있다고 들었다.

“6·25전쟁 후 스웨덴이 지원해 설립한 병원이 바로 국립의료원이다. 이곳의 과거 이름인 메디컬센터를 스웨덴병원이라고 부르곤 했다. 우리가 세워준 동남아병원을 현지인들은 한국병원이라고 한다.”

―다른 사업 성과를 꼽자면….

“페루 외곽에 자리 잡은 인구 10만 명 정도의 빈민촌에 한-페루 친선모자병원을 세웠다. 병원 설립 후 산모·유아사망률이 눈에 띄게 줄었다. 또 KOICA가 지어준 페루공대 정보기술(IT)센터에서 현지 대학생들이 소형 인공위성을 개발했다. 이곳을 발판으로 우리 IT회사들이 현지에 진출하기도 한다.”

―한일 공동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던데….

“아프가니스탄에 한국군이 있을 때 직업훈련원을 세웠다. 한국군 철수 후에는 바그람 미 공군기지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최근 일본 측에서 우리가 운영하는 직업훈련원에 교관 5명을 보내고 싶다고 밝혔다. 일본 측은 교관을 일본인이 아닌 이란인으로 보낸다고 한다. 현지에 진출해 활동하는 우리의 원조와 비교하면 질적으로 다르다.”

―험한 지역에 나가 있는 것이 힘들 것 같다.

“우리도 이젠 남을 위해 살아보자는 자발적인 마음이 생긴 것 같다. 경기 안성시의 한경대는 농업축산과 관련된 특화대학이다. 재학생들은 대학생활 4년 가운데 1년을 해외자원봉사로 보내고, 학교는 이를 학점으로 인정해준다. 필리핀 마닐라 서쪽의 칼리테 마을을 방문했던 학생들은 밭갈이용 소들의 젖을 짜서 요구르트와 치즈를 만들었다. 이 덕분에 농가 소득이 향상됐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으로 ‘큰일’을 한 뒤에 졸업 후 현지에 진출하기도 한다. 이런 현지 봉사 체험활동을 한 학생들 가운데 인생관은 물론이고 삶의 방향이 바뀐 경우도 적잖이 봤다.”

박 총재는 1974년 이래 30년 동안 외교관으로 살아왔다. 가난한 나라에서 근무할 땐 그 나라의 삶을 어떻게 윤택하게 만들지 고민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게 ‘알제리 2028, 부자나라 부자국민’이라는 책이다. 이 책은 알제리의 베스트셀러가 됐고 2007년엔 알제리 최고저술상도 받았다.

―외교관으로 지내다 KOICA 총재로 변신했는데….

“평생 외교관으로 지냈다. 하지만 지금 가장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KOICA는 과거엔 산타클로스처럼 보따리를 들고 다니며 선물을 주는 식으로 원조를 했다. 이젠 규모가 커지면서 새 기준을 만들었다. 원조에 가장 신경 쓰는 곳은 6·25전쟁 때 우리를 도와줬지만 아직도 못사는 나라다. 에티오피아, 콜롬비아, 필리핀 등이 이런 국가다. 두 번째 그룹은 우리의 이웃인 아시아다. 세 번째는 자원 부국(富國)이지만 못사는 나라들이다. 마지막은 한국이 참전했던 베트남이다. 이처럼 범주를 정하니까 지원국 우선순위도 명확해졌다.”

―경제위기여서 대외 원조를 하는 게 적절한가라는 얘기도 있다.

“하루 생계비 1달러 미만으로 사는 절대 빈곤자가 10억 명이다. 이들은 경제위기로 더 큰 고통을 받고 있다. 지금 이들을 외면하면 빈곤국들은 발전의 싹을 완전히 잃을지도 모른다. 국민소득의 1%를 공적개발원조(ODA)에 내놓는 스웨덴과 네덜란드의 국격(國格)은 자연스레 높아진다. 우리보다 국민소득이 낮은 포르투갈의 ODA도 국민소득의 0.21%다. 그러나 우리는 2007년 기준으로 0.07%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다. 2015년까지 이 수치를 0.25%로 올릴 것이다.”

성남=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박대원 씨

△1947년 12월생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외교부 경제협력 1과장, 제네바 참사관, 토론토 총영사

△알제리 특명전권대사

△서울시 국제관계자문대사

△한국국제협력단 총재(2008년 5월∼)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