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다문화 정책 직접 챙기는 한승수 총리

  • 입력 2009년 3월 9일 02시 57분


한승수 국무총리의 최근 대표적인 정책 화두 중 하나는 ‘다문화’다. 한 국무총리는 지난해 10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다문화 가정 부부 100쌍의 합동결혼식에서 주례를 서기도 했다. 사진 제공 국무총리실
한승수 국무총리의 최근 대표적인 정책 화두 중 하나는 ‘다문화’다. 한 국무총리는 지난해 10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다문화 가정 부부 100쌍의 합동결혼식에서 주례를 서기도 했다. 사진 제공 국무총리실
“한국인 남편도 ‘아내 나라’ 문화전통 배워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처럼 한국의 다문화가정에서도 30∼40년 후에는 대통령이 나올 수 있다는 가능성과 희망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한승수 국무총리가 최근 공·사석에서 가장 많이 언급하는 정책 화두 중 하나는 ‘다문화’다. 부인 홍소자 여사 주관으로 지난달 18일 경기 과천시 중앙공무원연수원에서 각 부처 장차관 부인을 대상으로 열린 워크숍에도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이해’라는 주제의 강연이 포함됐다. 내각과 정부 전체에 다문화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고 있다. 동아일보는 지난달부터 ‘달라도 다함께-글로벌 코리아, 다문화가 힘이다’를 주제로 연중 기획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다.》

대담=최영훈 편집국 부국장

필리핀 출신 엄마의 자식걱정 가슴 아파

‘모범 다문화 가정상’ 만들어 격려했으면

한 총리는 5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국무총리 집무실에서 동아일보 최영훈 편집국 부국장을 만난 자리에서 “동아일보가 앞장서서 다문화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켜주니 고맙다”면서 “정부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한 총리로부터 정부의 다문화정책 추진 상황과 향후 계획을 들었다.

―평소 다문화정책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한국 사회는 다문화가족을 포함해 100여만 명의 외국인이 한울타리에서 살고 있는 다문화 사회가 돼가고 있습니다. 거스를 수 없는 추세이고 거꾸로 갈 수도 없어요. ‘단일 민족’이라는 관념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한 총리가 위원장을 맡고 있는 외국인정책위원회는 지난해 말 ‘제1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정부는 2012년까지 6127억 원의 예산을 들여 다문화사회를 위한 사회 통합 강화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가 다문화 문제에 적극 나서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다문화 문제를 방치하면 10년 후에 큰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광주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만난 필리핀 출신 엄마는 ‘한국말을 제대로 못 해 아들에게 공부를 잘 가르쳐주지 못하고 그래서 아들의 학교 성적도 나쁜 것 같다’고 얘기했습니다. 참 가슴이 아팠어요.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학교에서부터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차별을 받으면 국민통합에 도움이 되지 않지요.”

―다문화 정책을 국가적인 프로젝트로 할 생각은 없는지요.

“지난해 개천절 경축사에서 국내에 사는 외국인도 대한민국의 소중한 구성원이라고 얘기했습니다. 다문화 가족이 자긍심을 갖고 살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정부는 정착 지원과 복지·교육 확충에 노력하겠습니다. 이것이 홍익인간 정신으로 이 땅에 나라를 연 단군 성조의 뜻을 이어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안점을 두는 부분은 어떤 것입니까.

“과거에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차별이 문제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국제결혼으로 생긴 다문화가정을 챙기는 데 힘을 모아야 합니다. 국제결혼이 크게 늘면서 다문화가정은 14만 가구가 넘습니다. 이들 가정의 자녀도 6만여 명에 달합니다. 이주 1세대의 초기 정착 지원뿐 아니라 국제결혼 등 다문화가정 초기 형성 단계에서부터 우리 주류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정부가 앞장서겠습니다.”

―다문화 사회 정착은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위상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100만 명입니다. 외국에 사는 한국인 재외동포는 700만 명으로 이보다 7배나 많습니다. 국내에 사는 외국인을 우리가 잘 챙겨줘야 외국 정부에도 우리 동포를 잘 대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우즈베키스탄 근로자만 1만 명이 국내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고국에 전하는 한국 사회의 모습이 그곳에서는 한국의 이미지가 돼 버립니다. 국가의 품격을 생각해야 합니다.”

―다문화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사회통합 교육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미국은 다문화 사회로 융합하는 과정에서 큰 시너지효과를 거두면서 국가경쟁력을 높였습니다. 반면 이웃 일본은 규제와 보호 위주의 정책으로 실패했습니다. 우리는 더 적극적이고 개방적이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외국인 신부들이 한국어와 문화 전통 등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인 남편들도 ‘처가(妻家)’ 나라에 대해 배우고 인식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정부는 최근 타문화 이해와 존중, 편견 극복과 관용 등을 교과서에 반영하는 등 교육과정에서부터 다문화 이해 교육을 강화할 방침이다.

―동아일보는 관련 부처 및 단체와 함께 다문화 관련 상(賞) 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모범 다문화가정상’ 같은 것이 어떨지요. 화목하게 사는 다문화가정을 격려하고 다른 가정의 모델이 될 수 있도록 하면 좋겠어요.”

정리=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한승수 총리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영국 요크대 경제학 박사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13, 15, 16대 국회의원

△1988∼1990년 상공부 장관

△1993∼1994년 주미 대사

△1994∼1995년 대통령비서실장

△1996∼1997년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

△2001∼2002년 외교통상부 장관, 유엔총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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