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개교 90주년 맞는 이상범 서울시립대 총장

  • 입력 2008년 4월 29일 02시 58분


개교 90주년을 맞는 서울시립대 이상범 총장은 개교 100주년이 되는 2018년을 바라보며 특성화와 경쟁력 강화에 힘써 서울시립대를 국내 5위권에 드는 대학으로 키워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훈구 기자
개교 90주년을 맞는 서울시립대 이상범 총장은 개교 100주년이 되는 2018년을 바라보며 특성화와 경쟁력 강화에 힘써 서울시립대를 국내 5위권에 드는 대학으로 키워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훈구 기자
“세무 도시공학 디자인 등 우리 학교만의 특성화 분야를 집중 육성하는 등 개교 100주년이 되는 2018년에는 국내 5위권 대학에 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5월 1일 개교 90주년을 맞는 서울시립대 이상범(56) 총장은 2003년에 이어 지난해 5월 제6대 총장으로 연임된 데서 보듯 풍부한 대학행정 경험을 바탕으로 학교발전 청사진을 소상하게 밝혔다.

학교 역사상 첫 연임 총장이고 이 학교 교수 출신으로 내부 사정을 훤히 꿰고 있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다.

두 번째 임기의 첫해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유치에 전력한 그는 개교 90주년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땀을 쏟고 있었다.

“90주년은 100주년을 10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습니다. 지금까지 우리 대학이 이뤄온 성과를 대학 구성원들에게 알리고 더 큰 발전을 기약하는 계기로 삼고자 합니다.”

이상범 총장
△1952년 부산 출생 △1971년 경남고 졸업 △1975년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1985년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학 박사 △1985∼1986년 미국 뉴욕시립대 조교수 △1986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1997∼1999년 서울시립대 교무처장 △1998년 한국경영과학회 부회장 △2003∼2007년 서울시립대 제5대 총장 △2007년 5월∼ 서울시립대 제6대 총장

서울시립대는 30일 오세훈 서울시장과 17개 해외교류대학 총장들이 참석하는 90주년 기념식을 성대하게 열면서 외부 인사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29일에는 교내에서 KBS 열린음악회를 열어 지역 주민과 함께 개교를 축하하고, 5월 5일에서는 정명훈 씨가 이끄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을 초청해 클래식 페스티벌도 연다.

5월부터 두 달간 온·오프라인에서 게임과 음악, 영상 등 모든 정보기술(IT)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서울 e-컬처 페스티벌’을 기획하고 있다. 6월에는 동문 산악인 김창호 씨가 이끄는 서울시립대 등반대가 히말라야 바투라봉 원정 등반에 나선다.

이 총장은 “지난해 연임 당시 발표한 ‘비전 2018’을 토대로 중장기 발전 계획을 하나씩 실천하고 있다”며 “서울시립대는 ‘긴 역사를 가진 젊은 대학’이라고 부를 만하다”고 말했다.

1918년 5월 1일 경성공립농업학교를 모태로 한 서울시립대는 1956년 4년제인 서울농업대로 승격했고 1974년 교명이 서울산업대로 바뀌었다. 1986년 종합대학으로 승격된 뒤 1987년부터 서울시립대로 새 출발했다.

서울시립대는 종합대 승격 이후 21년의 짧은 시간 동안 학교 규모와 학과, 정원 등이 크게 늘었고, 세무와 도시 관련 학과에서 눈에 띄는 특성화를 이뤄냈다.

특히 5년제인 건축학과는 지난해 국내 최초로 최우수 등급의 국제 인증을 받았고, 1996년부터 도시과학 국제학술대회인 ‘서울 메트로폴리탄 포라’를 개최하는 등 도시 관련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2003년부터 6년 연속 특성화 우수대학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국내 최초로 4년제 세무학과와 세무전문대학원, 조세연구원을 만들어 세무 분야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교육 과정을 갖추고 있다. 거의 매년 세무사시험 수석 합격자를 배출하는 등 세무사, 회계사 자격증을 휩쓸고 있다.

이 총장은 “우리 대학은 등록금이 싸고 장학금이 많아서 우수한 학생이 많이 들어오고, 입학 정원 대비 국가고시 합격률도 전국 최고”라고 강조했다.

“우리 대학의 로스쿨 유치 과정을 보면 학교 역량을 알 수 있습니다. 최근 3년간 입학정원 대비 사법시험 합격률이 7위입니다. 로스쿨 예비인가 심사에서도 계량 지표 점수는 서울에서 3위를 차지했어요. 능력에 비해 적은 50명의 정원을 배정받았지만 조세와 세무 분야를 특성화해 최고의 로스쿨을 만들겠습니다.”

그는 무엇보다 학교의 장점들이 외부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것을 가장 아쉬워했다. 이 같은 사정으로 ‘우리가 가진 실력만큼은 인정을 받자’는 각오로 대학 홍보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 총장은 대학가의 화두인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도 구체적으로 세우고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연구 마일리지’ 제도라는 독특한 시스템이다.

“교수들이 연구를 많이 하면 연구 성과물을 마일리지로 환산해서 그만큼 강의 시간을 줄여주려고 합니다. 자연스럽게 교수 간의 경쟁이 생기는 동시에 교육과 연구를 다 해야 하는 부담을 줄여주는 좋은 제도가 될 것 같습니다.”

‘교수 직급 정년제’를 도입해 주어진 기간 내에 승진을 하지 못하면 한 번의 유예기간을 거친 뒤 그래도 승진을 못하면 재임용에서 탈락시키고, 강의평가 시스템을 합리적으로 개선해 단계적으로 평가 결과를 공개할 계획이다.

이 총장은 새 정부가 대학 자율화를 확대하는 것에 긍정적이라며 대학들도 끊임없이 노력하고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인에 대한 기부금은 10만 원까지 소득공제를 해주는 것처럼 정부가 대학에 대한 기부금에도 세제 혜택을 줘서 소액 기부가 활성화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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