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산책]유슬아/세상은 차가워도 좀 더 뜨거워야 할 내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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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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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친한 친구가 씩씩대며 열변을 토한다. “우와, 세상에,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넌 어떻게 생각해?” 나는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둥 마는 둥 심드렁한 표정으로 답했다. “글쎄, 별생각 없는데. 세상엔 워낙 별의별 일이 다 일어나니까. 그런 거 생각할 시간도 없어.” 친구가 서운한 얼굴로 툭 내뱉는다. “예전엔 네가 더 뜨거웠는데, 식었어 너.”

더는 뉴스를 보며 신문을 보며 열을 내지 않는다. 더는 도서관의 책을 다 삼켜버릴 듯이 눈에서 불을 뿜지 않는다. 더는 한여름 아스팔트를 녹일 만큼의 사랑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서도, 학문적 열정도, 사랑의 감정도 모두 식어버렸다. 세상 돌아가는 일에 신경을 쓰기에는 내 앞날이 너무 깜깜하다. 도서관에는 시험공부할 때 빼고는 잘 가지 않는다. 인문학적 소양을 쌓고는 싶으나 학점관리와 전공공부에 급급하다. 이 남자를 내가 정말 사랑하는 건지, 남자친구가 필요한 건지 잘 모르겠다.

라우라 에스키벨의 소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에서는 우리 모두가 몸 안에 성냥갑 하나씩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했다. 그러나 그 성냥불은 혼자 지필 수 없으며 불을 댕길 수 있는 무언가를 찾지 못하면 영혼의 양식인 불꽃이 사그라져 어둠 속을 헤매게 된다. 뜨거워야 할 우리 마음속에 매캐한 연기만 올라온다면 우리는 더는 꿈꿀 수 없다. 무엇이 나를 변하게 했을까, 곰곰이 생각해본다. 죽음의 트라이앵글에서 시작된 입시전쟁이 날 지치게 했을까. 88만 원 세대의 표지가 올가미처럼 내 목을 조였을까. 이도 저도 아니라면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 게 쉬울 거라는 취업의 문턱이 너무 높아서일까.

이런 이유로는 우리 가슴속의 허망함을 달랠 수 없을 것 같다. 그렇다고 젊음이라면 으레 타올라야 한다고 말하는 기성세대의 목소리도 부담이고 짐이 될 뿐이다. 젊음이라서 타올라야 하는 것이 아니라면 식어버린 젊음에게 말을 걸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우리는 한순간도 식어가기를 원하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는 지금도 원인 모를 ‘소화(消火)’와 마주 앉아 필사적으로 라이터를 켠다.

도종환 시인은 ‘내 마음의 군불’ 이라는 수필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을 군불에 비유했다. 군불을 제대로 때려면 아무렇게나 나무를 쌓아놓고 불을 붙인다고 해서 불이 붙지 않는다. 바람과 불길이 넘나들도록 어긋나게 잘 쌓아야 하며, 불쏘시개 선정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잘 타지 않는 나무를 가려내는 일도 중요하다. 다시 타오를 내 안의 젊음에게, 불쏘시개를 던지자.

유슬아 고려대 미디어학부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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