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한상훈]반달곰 출산의 희망메시지

  • 입력 2009년 3월 12일 02시 59분


신문과 방송, 인터넷을 통해 경제위기 실업증가 물가상승 등 어두운 뉴스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엄동설한처럼 꽁꽁 얼어붙은 국민의 고달픈 마음을 훈훈히 녹여주듯이 작지만 힘찬 새 생명의 희망 메시지가 따스한 남녘의 봄바람을 타고 메아리처럼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2005년 4월 15일 멸종 직전에 처한 반달가슴곰을 복원하기 위해 분단 이후 처음으로 서울대공원과 북한 평양중앙동물원의 남북 야생동물 교류를 통해 기증받은 1년생 북한산 반달가슴곰 8마리(암수 각 4마리)가 지리산의 대자연으로 방사된 뒤 성장하여 암컷 2마리가 각각 1마리씩 어린 반달가슴곰을 출산했다는 소식이다. 아빠 곰이 누구인지 아직 확실치 않다. 러시아 연해주와 북한에서 도입한 반달곰 개체의 유전적 정보는 파악되어 있다. 부자관계를 알 수 있는 유전자 검색을 통해 새끼 반달가슴곰의 아빠 곰 정체가 곧 밝혀지리라 생각된다. 2002년 5월부터 2006년 11월까지 지리산 반달가슴곰 복원팀장으로 지리산 현장에서 생활한 필자에게 또 하나의 기대가 있다. 새끼 곰의 유전자 분석 결과 지금까지 방사된 수컷 반달가슴곰과 전혀 다른 유전자가 나타난다면 5마리 내외가 생존한다고 추정되는 지리산 야생 반달가슴곰의 수컷과 교미하였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설레는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린다.

야생 상태에서 새끼 곰이 태어나 지리산 반달가슴곰 복원 사업은 이제 2단계에 들어섰다. 지리산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은 3단계로 진행된다. 1단계 목표는 복원 방사 개체에 의한 야생 새끼 곰의 탄생이며, 2단계 목표는 지리산 야생에서 태어난 새끼 곰이 무사히 성장하여 번식에 성공하는 일이다. 3단계 목표는 학술적으로 지리산에서 멸종을 피할 수 있는 최소 존속 개체군의 크기인 50마리의 수를 유지하는 일이다.

1단계 사업은 진행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하는 멸종위기 대형 포유동물의 야생 복원에 대한 과학적 복원기술 확립과 전문인력 복원팀 구성뿐만 아니라 국민과 지역주민에게 반달가슴곰 복원의 의의를 알리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노력이 매우 중요했다. 지금은 피해방지를 위한 전기펜스 설치 지원 등으로 많이 개선했지만 본격적인 복원 사업 전에는 시험 방사한 반달가슴곰 장군과 반돌에 의한 벌꿀 피해와 산중 암자의 기물 훼손으로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다.

방사한 개체 수가 증가하면서 탐방객과 만나는 곰도 늘어가고, 심지어 등산로에서 탐방객으로부터 통행료로 음식물을 징수하는 곰까지 나왔다. 이 모든 일이 곰의 원초적 문제라기보다는 초기에 신속히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한 관리책임, 일부 탐방객이 음식물을 줌으로써 자연 적응에 실패하도록 유도한 선의의 피해에 의한 결과이다. 야생동물을 잡기 위해 설치한 올무나 덫에 귀중한 반달가슴곰을 잃는 일이 없도록 막는 것도 필요하다.

반달가슴곰은 우리 배달민족의 선조 단군을 탄생시킨 어머니 같은 존재이다. 한반도 산림환경의 깃대종으로서 백두산에서 지리산에 이르는 백두대간 산줄기 곳곳에서 평화로운 야생의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 살아 있는 한반도 삼림환경의 자연성을 회복하기 위해 반달가슴곰 복원 사업의 대과제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멸종위기 종의 복원을 통해 우리 민족의 생존 기반인 국토 자연환경의 건강성을 회복하려는 노력이 국민의 적극적인 성원 아래 더욱 활발히 진행되길 기대한다. 끝으로 새끼 반달가슴곰의 건강과 성장을 기원하면서 365일 현장에서 고생하는 국립공원관리공단 멸종위기 종 복원센터 연구원들의 노고에 힘찬 박수를 보낸다.

한상훈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척추동물연구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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