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송무영]지구과학 교육도 국제화다

  • 입력 2007년 11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대구와 강원 영월군에서 제1회 국제지구과학올림피아드가 지난달 7∼15일 열렸다. 미국과 일본 등 세계 11개국에서 학생과 지도교사 100여 명이 참가한 대회에서 한국은 금메달 1개, 은메달 3개를 따내 종합 2위에 올랐다. 1위는 금메달 3개와 은메달 1개를 차지한 대만에 돌아갔다.

주로 필답과 실기고사로 이뤄지는 다른 과학 분야의 올림피아드와 달리 지구과학올림피아드에는 야외탐사라는 독특한 평가가 추가된다. 개인별 실력 경쟁뿐 아니라 국제협력에 비중을 두기 위해서다. 야외탐사는 여러 나라 학생이 한 조를 이뤄 암석과 지층, 화석을 관찰해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면서 탐구보고서를 함께 작성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야외탐사에 참가한 한국 학생들에게서 필자는 뜻밖의 모습을 발견했다. 대만이나 인도, 인도네시아 학생은 용감하게 다른 조의 주장을 반박하고 우스갯소리도 하며 활발한 모습을 보였다. 반면 우리 학생들은 너무 점잖고 얌전했다. 영어권 학생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학생이 영어가 유창하지 않은 건 마찬가지였는데도 말이다.

우리 학생들을 보며 한국 과학계의 국제화가 그리 앞서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한국 학생의 학문적 실력은 타국 학생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았다. 실력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인 영어 실력을 길렀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얘기다.

지구과학 분야는 지질과 천문, 기상, 해양이 각각 독립된 전공학과로 설립되는 바람에 다른 과학 분야에 비해 구심력이 약했다. 과학 발전의 상징인 노벨상과 무관하고, 대학입시에서 선택과목으로 지정돼 소홀히 다뤄진다는 점 등도 지구과학 교육에 심각한 우려를 낳았다.

이런 위기의식을 감안한 지구과학 전문가들이 모여 2003년 국제지구과학교육학회(IGEO)에 처음으로 국제지구과학올림피아드 추진을 제의했다. 그 뒤 몇 차례의 국제회의를 거쳐 한국이 최초로 대회를 개최했다. 미국과 일본이 우리에게 선수를 빼앗긴 셈이다.

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은 각국에서 엄격한 절차를 거쳐 선발된 지구과학 영재들이다. 이들이 자라 훗날 각국의 과학지도자가 됐을 때 우리의 자연을 둘러본 경험은 한국에 대한 친근감으로 남을 것이다. 과학계의 국제공동연구가 점점 활발해지는 상황에서 보이지 않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의 한 교사는 대회 기간에 영월 중심가에서 구입한 한복을 두 딸에게 입힌 사진을 친근감의 표시로 보내 왔다.

영월군은 이번 대회의 야외탐사 지역을 관광코스로 개발할 계획이다. 영월은 20km의 좁은 범위에 고생대 지층과 암석, 화석이 널리 분포해 ‘자연박물관’이라 불리기도 한다. 학생들이 탐사한 곳곳에 표지판과 해설문안을 붙여 놓으면 방문객에게 자연 보전의 중요성을 알리고 지구과학에 대한 흥미를 돋울 수 있을 것이다.

대회에 참가한 교수와 교사들은 각국 고등학교의 지구과학 교과서를 수집했다. 여러 나라의 지구과학 교육체계를 분석하기 위해서다. 우리 실정에 맞는 선진국 교육체계의 장점은 도입하고 다소 미진한 국가에 한국의 사례를 전파할 수 있을 것이다.

제2회 국제지구과학올림피아드는 2008년 필리핀에서, 제3회 대회는 2009년 대만에서 열릴 예정이다. 내년 대회에 참가할 한국 학생들은 이번 겨울 합숙훈련에 들어간다. 국제지구과학올림피아드가 3, 4년 내에 30개국 이상이 참가하는 권위 있는 지구과학 국제대회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송무영 충남대 지질학과 교수·국제지구과학올림피아드 위원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