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로저 코언]네타냐후 총리의 어리석음과 배은망덕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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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 코언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로저 코언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이스라엘의 샤울 모파즈 부총리는 국회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게 세 가지 질문을 했다. “총리, 우리의 가장 큰 적은 미국입니까, 이란입니까?” “당신이 진정 교체되길 바라는 인물은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인가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인가요?” “이스라엘의 가장 가까운 동맹 미국과 관계를 어디까지 끌어내릴 건가요?”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여러 차례 ‘금지선’을 설정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의 핵개발을 막는 데 동조하지 않는 것에 대해 공공연히 분노를 표출했다. 최근에는 “이란은 이제 ‘터치다운’까지 불과 18m밖에 남지 않았다”는 은유법도 날렸다. 하지만 그는 거짓 경고만 날려 동화책 속의 양치기 소년이 됐다. 네타냐후가 이란의 핵무기 보유 시기가 3∼5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한 것이 1992년이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란에 집착하는 사이 이스라엘 앞에 놓인 정작 중대한 일이 잊혀졌다. 바로 이스라엘의 문간에 있는 수백만 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 문제다. 네타냐후 총리의 사고방식은 그의 절친한 친구 밋 롬니 미 공화당 후보와 비슷하다. 롬니 후보는 “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결코 평화를 원치 않으며 이스라엘을 파괴하고 제거하는 데 전념한다고 본다. 이 골치 아픈 문제에 대해 ‘전혀 방법이 없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미 대선에 영향을 미칠 의도가 전혀 없다고 수차례 항변하면서도 미국 TV와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비난을 일삼았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번 주 유엔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했을 때 오바마 대통령이 그를 만날 시간이 없었던 것은 당연하다. 지금처럼 양국 동맹관계가 전략적으로 중요한 시기에 이스라엘 총리가 미국 대통령을 압박하고 그가 선거에서 패하기를 기대하며 공개적으로 공격해서는 안 된다.

미국은 자금 지원국이자 무기 제공국으로서 이스라엘의 가장 확고한 동맹이다. 바버라 복서 민주당 상원의원(캘리포니아 주)은 최근 네타냐후 총리에게 그가 미국의 지지를 의심하는 것에 실망했다는 서한을 보냈다.

오바마 대통령도 이란에 대해 분명한 금지선을 그어왔다. 바로 이란이 핵무기 보유국이 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란 문제에 대한 가장 좋은 참고서는 미 의회의 초당적 보고서 ‘이란에 대한 군사적 행동의 이익과 비용 따져보기’다. 보고서는 “이란이 핵무기를 만들려면 1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핵탄두를 미사일에 장착하기까지는 또 최소 2년 이상이 걸린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은 이란이 아직 핵무기 생산 결정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음을 의미한다. 보고서는 이어진다.

“이스라엘의 공격은 이란의 포르도 지하 핵 농축시설 등에 심각한 손상을 가하지는 못하고 핵무기 제조 능력을 ‘2년까지’ 지연시킬 뿐이다. 이란은 보복에 나서 핵무기 개발을 촉진하고 유혈충돌을 야기할 수 있다. 게다가 미국의 이란 공격은 이란이 핵폭탄을 제조하는 중요 동기로 작용할 것이며 이란 내에서 감독활동을 하고 있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와의 협조도 끝장날 것이다. 알카에다 같은 급진적 이슬람 단체들의 신병모집을 더욱 원활하게 하고 무슬림들이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슬람과 전쟁을 한다고 믿게 만들 것이다.”

요약하면 네타냐후 총리의 이란 핵개발에 대한 주장들은 사실에 어긋난다. 미국은 이라크전쟁 후 무슬림 국가에서 세 번째 전쟁을 한다면 ‘사실에 근거한’ 전쟁을 하길 원한다. 네타냐후 총리의 완고한 행동은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배은망덕한 행위이며 이스라엘의 전략적 이해에도 맞지 않는다.

로저 코언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네타냐후#이란#미국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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