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오코노기 마사오]北中에서 南北, 南北에서 南南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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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명예교수 겸 동서대 석좌교수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명예교수 겸 동서대 석좌교수
최근 북한 연구자가 머리를 싸매고 있는 것은 북-중관계의 긴밀화와 남북관계의 경색이며, 더욱이 이들 두 함수관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5월 하순 세 번째 중국 방문에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젊은 세대는 북-중의 우정을 확실히 이어받지 않으면 안 된다”고 거듭 밝히며, 전통적인 북-중 우의를 다음 세대에 계승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의 당과 정부는 일관되게 전략적 견지와 장기적 관점에서 중-북의 전통적 우정을 굳건히 하고 발전시키는 것을 확고부동한 방침으로 삼고 있다”고 호응했다.

이전 두 번의 김 위원장 방중은 천안함 침몰이나 연평도 포격사건과 깊은 관련이 있었다. 이를 통해 냉전시대의 전통적인 북-중관계가 부활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이번 김 위원장의 방중은 이명박 대통령의 ‘베를린 제안’과 깊이 관련돼 있다. 주지하다시피 이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과의 비핵화 합의를 조건으로, 내년 3월 서울에서 열리는 제2회 핵안보정상회의에 김 위원장을 초청한다는 것이었다.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 전에 한국 측은 북한 측과 접촉해 이를 정식으로 제안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북측의 반발은 심상치 않았다. 김 위원장이 귀국한 직후인 5월 30일 국방위원회 대변인이 이명박 정권을 “더는 상대하지 않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6월 1일엔 남북 접촉의 내막을 폭로하는 이례적인 조치를 취했다. 6월 3일엔 한국군이 사격훈련에서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의 얼굴을 그린 표적을 사용했다는 점을 들어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이 ‘전면적인 군사적 보복행동’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북측이 폭로한 내용이 남북 접촉의 실태를 반영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며, 김 위원장의 방중과 북측의 대남 태도를 결부할 명백한 증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또 중국이 남북관계를 더욱 악화시키길 원한다고도 생각되지 않는다. 그러나 북측은 지난해 서해 무력도발과 같이 중국과의 사이에 구축된 긴밀한 관계를 배경으로 어떤 종류의 ‘전략적인 여유’를 갖고 남측에 도발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한반도 평화와 안정, 비핵화는 차치하더라도, 남북관계에 대해선 중국 측의 요구에도 한도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주목되는 것은 어쩌면 6자회담에 관한 북-중 간 견해의 일치일지도 모른다. 후진타오 주석과의 회담에서 김 위원장은 “현재 북한은 경제 건설에 힘을 쏟고 있으며 안정된 국제환경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6자회담의 조기 재개를 주장했다. 또 ‘6자회담 재개의 추진과 한반도 평화 안정의 옹호’를 위한 중국의 노력에 사의를 표했다.

“남북관계 개선에 대해 일관되게 성의를 갖고 있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그러나 격렬한 대남 비난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남북 당국자회담과 6자회담을 구별해, 머지않아 6자회담의 남북 수석대표 회담을 수용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이례적인 폭로전술로 남북 당국자 회담을 좌절시키면서도 2012년의 축하행사(김일성 탄생 100주년을 맞아 강성대국 대문을 여는 해를 기념하는 행사) 이전에 6자회담을 재개시키려 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한편 북측의 폭로전술은 남북대화 좌절의 책임을 일방적으로 이명박 정권에 전가하고 대북정책의 입안자들에게 화살을 겨눈 것으로 보인다. 집중적인 개인 공격으로 쟁점을 분명히 하려는 것이다. 이것들은 모두 정권의 마지막 1년간에 예정된 총선과 대선에 초점을 맞춰 이른바 남남 갈등을 극대화하려는 것이다. 한국 정치의 최대 약점을 찌르고 있는 것이다.

무력도발이든 정치도발이든 도발에 이끌려가서는 안 된다. 남측이 경직된 대응으로 일관해 6자회담 재개가 지연된다면 그야말로 북측의 의도에 말려드는 것이다.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명예교수 겸 동서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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