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칼럼/김광준]종교인 납세는 신뢰회복 위한 첫걸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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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준 신부·대한성공회 교무원장(행정 총괄)
김광준 신부·대한성공회 교무원장(행정 총괄)
올해 3월 조세 형평성 차원에서 “종교인도 세금을 내야 한다”고 밝힌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으로 촉발된 종교인 납세 문제에 대해 찬반 의견이 분분하다.

종교인도 국민의 일원인 이상 납세의 의무로부터 예외일 수 없다는 주장에서부터 종교인의 소득은 근로의 대가가 아니라 봉사를 위한 사례비이기 때문에 소득 개념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 더 나아가 납세를 허용할 경우 세무조사라는 미명하에 종교단체에 대해 정치적 사찰을 할 수도 있다는 의견까지 존재한다.

나름대로 경청할 이유가 있는 주장들이지만 나는 종교인들도 국가라는 커다란 사회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사회유지에 필요한 재원을 함께 나눠야 한다는 원칙에서 보자면 납세의무로부터 예외일 수 없다고 본다.

종교인 특히 성직자들의 소득에 대한 면세 해택은 광복 이후 사실 일정한 법적 근거 없이 관행이란 미명하에 지금까지 시행되어 왔다. 그러나 이는 법에 근거한 조세형평주의에 반해서 특정 계층에 특권을 부여한 것으로 비판의 여지가 많다. 따라서 때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제라도 이 문제를 보편적인 법치주의 차원에서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는 원칙에 공감한다.

한편으로 이 문제는 단순한 세금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이 논란의 배경에는 최근 우리 사회에서 회자되고 있는 종교에 대한 비판 내지는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함을 부인할 수 없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국내 종교 시설은 약 9만 개, 성직자 수는 36만5000명에 달하고 공식 헌금 규모도 연 6조2000억 원에 이른다고 하지만 공식 통계 수치일 뿐 이보다 훨씬 큰 규모일 것으로 추정된다.

성직자들도 납세의무 예외 안돼


이처럼 엄청난 규모의 세원이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는 것도 문제이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최근 종교계 일각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불미스러운 일들에 대해 국민이 갖게 된 불신이다.

무릇 종교는 신뢰를 먹고 산다.

종교는 결코 한 개인의 영적(靈的) 차원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한 사회의 건전성과 투명성을 측정하는 잣대 역할을 한다는 것이 지난 역사의 경험이다. 이런 면에서 보자면 종교인 납세 문제를 단지 세금 문제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종교의 신뢰 회복을 위한 논의의 장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종교가 보유하고 있는 막대한 자원들을 어떻게 사회와, 특히 종교의 일차적 관심인 사회적 약자들과 공유하고 나눌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대한성공회는 6월 12일 최고의결기구인 전국의회에서 종교인 납세 문제가 본격적으로 거론된 이후 단일 교단으로서는 최초로 모든 성직자의 자진 납세를 결의했다.

우리의 결의에는 성직자들도 교회로부터 일정한 생활비를 받고 있기에 납세의무로부터 예외일 수 없다는 원론적인 선언과 더불어 교회의 본질, 특히 교회의 공공성을 회복하기 위한 자정의 의미도 담고 있다. 성직자라고 해서 세속과 동떨어진 특별한 계층은 아니다. 이제 성직도 사회에 필요한 전문영역의 종사자로 개념이 바뀌고 있다. 그리하여 사회의 일원으로서 소득이 있으면 당연히 세금을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종교도 이제 종교가 가진 특권의식을 내려놓을 때가 됐고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이 납세라고 본다.

물론 거대한 한국의 종교계 안에서 지극히 작은 교단에 지나지 않는 성공회의 결의가 얼마만큼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알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언급한 종교의 공공성과 신뢰성을 회복하기 위한 마중물의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란 작은 희망도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 꼭 짚고 넘어가고 싶은 문제가 있다. 그것은 현재 우리 조세제도 안에 종교단체가 가지고 있는 특수성이 감안된 세법들이 취약하다는 점이다. 물론 현재도 종교단체의 경우 공익법인으로 인정받아 다양한 세제혜택을 누리고는 있지만 종교가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공익법인 이상의 특수한 역할과 기능이 감안된 세법이 매우 취약하다.

비영리사업 소급과세는 재고해야


그렇다 보니 최근 일부 지역에서 벌어진 종교단체의 비영리사업들에 대한 소급과세와 같은 문제들이 발생한다.

종교는 신자들만의 친교단체가 아니다. 종교의 활동 영역은 그 이상이며 설령 수익사업을 한다 해도 이는 사회 환원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비록 외형적으론 물건을 사고파는 상행위로 보일지 모르지만 그 수익은 나눔과 봉사를 전제로 한 종교 고유의 목적사업에 해당하는 것이다. 따라서 종교단체들이 가지고 있는 특수성이 감안된 세법이 만들어지고 이에 따라 적법하게 적용되어지는 제도 보완이 시급히 요청된다.

: : 대한성공회 : :


16세기 영국에서 태동해 장로회 루터회와 함께 종교개혁 3대 교단으로 꼽힌다. 세계 165개국, 38개의 지역성공회 교회(관구)가 있다. 대한성공회는 한국 성공회 관구이다. 세계교회협의회(WCC)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에 소속돼 있다.

김광준 신부·대한성공회 교무원장(행정 총괄)
#문화 칼럼#김광준#종교인 과세#세금#성공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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