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칼럼]오윤경/뉴질랜드 이민 성공하려면

  • 입력 1998년 9월 20일 20시 36분


금년 들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여러나라의 경기가 침체되자 대(對)아시아 수출량이 줄어든 뉴질랜드의 경제도 몸살을 앓고 있다. 뉴질랜드 정부는 경제사정의 악화를 개선하기 위해 기존의 보수적이고 임기응변적인 이민정책을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뉴질랜드 정부는 그동안 해외 고급 인력의 유입에만 급급했고 이들이 정착하는데 필요한 지원은 소홀히 해 이민자들이 본국이나 제삼국으로 역이민가는 현상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전문가들은 뉴질랜드가 경제성장이 둔화될 때마다 경기부양을 위한 단기처방으로 이민문호를 개방했으나 이들의 안정된 정착을 위한 사후 대책이 뒤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손실이 크다고 지적해왔다.

사실 이민은 뉴질랜드의 경제성장에 크게 기여해왔으며 이민에 의한 소득은 연간 전체 경제성장률의 약 0.5%에 달한다. 주로 아시아인들의 이민 자금이 유입되면서 뉴질랜드 경기는 호전되었지만 갑작스런 이민 증가에 따라 사회 경제적 불균형이 초래되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이 때문에 아시아인 이민자에 대해 일부 현지인들의 반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고 정치적 이슈가 되기도 했다.

최근에도 뉴질랜드 정부는 경제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국영기업을 매각하는 등 개혁 정책을 추진하는 한편 이민정책을 완화해 다시 한번 이민 특수를 시도하려 하고 있다. 지난달 이민장관에 새로 취임한 투아리키 델라메어는 이민자들을 위한 직업 훈련과 학자금 융자 등 각종 프로그램을 통한 서비스개선을 천명하고 나섰다.

한국인들의 뉴질랜드 이민은 70년대 사업가 기술자 태권도사범과 녹용가공업자들의 진출로 시작돼지금은1만2천여명규모의 동포사회를 이루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30,40대의 고학력자로서 한국에서 어느 정도의 경제적 지위를 확보했던 사람들이다.

한국경제가 한창 호황을 누릴 때 보다 풍요로운 삶을 찾아 뉴질랜드를 찾아온 우리 동포들은 쉽게 적응하고 현지 사회에 빨리 동화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언어와 문화가 판이하고 뉴질랜드의 제반 법규와 제도 등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현지인들을 상대로 한 비즈니스를 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때문에 주로 같은 동포와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식당이나 여행업 기념품점 등에 종사해왔다.

그러나 한국의 경제불황 여파로 이들 업체가 동반 불황을 겪으면서 과당경쟁 현상이 나타났고 고액 부도 사건도 일어나고 있다. 뉴질랜드 동포 업체들은 점차 현지인을 향한 비즈니스에서 활로를 찾기 시작하고 있다. 또한 일부이긴 하지만 뉴질랜드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시장이 협소하다는 이유로 한국으로의 역이민이나 제삼국으로 재이민을 가는 동포들도 눈에 띈다.

지난해 말부터 불어닥친 경제위기로 한국에서는 해외이민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해외이민은 인생의 중대한 선택이며 새로운 도전이다.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낙원’이라 불리는 뉴질랜드로의 이민도 막연한 환상만 갖는 것은 금물이다. 이민에 관한 정확한 사전 정보 습득과 일정액 이상의 정착 자금, 그리고 새로운 정착지에 뿌리내린다는 결연한 의지와 신념이 필요하다. 보다 나은 삶을 찾아 떠나기로 결심한 분들에게 지혜와 용기가 항상 함께 하길 기원한다.

오윤경 (주뉴질랜드 대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