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차진아]남북관계 발전과 언론의 역할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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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통일될 듯한 분위기지만 헌법은 자유민주적 통일 명시
적화통일도 괜찮다고 할 순 없다
“정부가 다 잘한다”식 일부 보도, 국가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아

차진아 객원논설위원·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차진아 객원논설위원·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근 남북 관계가 요동치고 있다. 북한의 핵개발과 국제사회의 제재가 북한이나 미국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 속에서 4월 27일 남북한 정상회담이 열렸고 판문점 선언이 발표됐다. 이후 북한의 비핵화 및 남북 간의 관계 개선에 대해 장밋빛 전망이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 6월 12일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이후 분위기는 반전됐다. 이를 계기로 그동안 북한이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난 이후 보여준 태도 변화가 새롭게 문제가 됐다. 남북 고위급 회담의 무기 연기, 우리 기자단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참관 과정에서의 불합리한 처우, 그리고 탈북 여종업원들에 대한 북송 요구 등 남북 정상회담 직후와는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는 판문점 선언의 효과를 의심스럽게 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북한의 미국에 대한 적대적 태도에서 나타났다. 6월 12일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회담에 북한이 사전 통지도 없이 일방적으로 불참하고,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 대한 강한 적대적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의 취소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이 과연 무엇을 지향하며, 어떤 절차와 방법으로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객관적이고 비판적인 평가가 언론에서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4월 27일의 남북 정상회담 직후에는 당장이라도 통일될 것처럼 흥분된 분위기를 일부 언론이 앞장서서 조장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취소 이후에는 그 원인과 문제점에 대한 냉정한 분석과 비판보다는 정부를 감싸는 듯한 보도로 일관했다. 그것이 과연 국가와 국민을 위해 바람직한 것일까?

우리 헌법은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을 국가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우리는 어려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노래 부르며 자랐고 1990년 독일이 통일되는 모습을 보며 부러워했다. 그러나 통일은 어떤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달성되어야 하는 절대적 목표는 아니다. 우리가 통일하자는 것은 한편으로는 통일을 통해 남북한 주민 모두의 인권을 신장시키고, 다른 한편으로는 통일이 한국의 국가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히려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게 될 적화통일도 통일이니 괜찮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남북 관계의 발전은 중장기적으로는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을 ‘지향’하는 것이며, 단기적으로는 남북 간의 교류 협력을 통한 통일의 기반 조성 및 그 전제로서 평화 공존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최근 남북 관계의 진행 과정을 보면, 이러한 목표의식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인지 의심스러운 경우들이 있다.

북한은 이미 남북한 정상회담들과 남북 공동선언 등을 통해 여러 차례 평화체제로의 전환 및 통일 기반 조성 확대에 합의했지만, 약속은 번번이 지켜지지 않았다. 그런데 마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약속만은 절대적으로 지켜질 것으로 믿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과연 판문점 선언에서 구체적인 실행이 담보된 약속은 얼마나 있는가? 그런데도 이를 마치 통일의 확고한 초석이라도 되는 양 과대 포장하는 것은 또 무엇인가?

그 결과가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및 미국의 북한 공격 우려 등으로 인해 회담장으로 나온 북한을 오히려 스스로 갑으로 느끼게 만들고 갑질을 하게 조장했던 것은 아닌가? 오죽하면 미국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에 회의를 표하고 미국이 북한을 대하는 태도를 지켜보기만 하라고 요구했을까.

5월 26일 전격적인 남북 정상의 회동 이후, 북-미 정상회담에 새로운 전기가 만들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 언론도―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의 취소에 대해 긍정적·부정적 측면을 균형 있게 보도했던 미국 언론처럼―상황의 전개를 보다 냉정하게 분석하고, 과정에서의 잘잘못을 정확하게 짚어야 한다. 그래야 같은 실수가 되풀이되지 않을 수 있다.

우리 정부가 모든 일을 잘하고 있다고 보도하는 것은 언론의 올바른 태도가 아닐뿐더러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는 국민에 대해 솔직해야 하고 언론은 정부를 감시하는 명실상부한 제4부가 되어야 한다. 언론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차진아 객원논설위원·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북미 정상회담#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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