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동원]9·15 노사정 합의 자구대로 존중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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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원 고려대 경영대 학장 겸 경영전문대학원장
김동원 고려대 경영대 학장 겸 경영전문대학원장
1년을 끌어 오던 노동개혁이 9월 15일 고용 유연성 강화와 사회안전망 확대를 주고받으며 극적으로 노사정 간 합의로 타결됐다. 고용 유연성 강화, 실업보험 확충, 산재 보상 강화,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범위 확정 등 그동안 많은 논의를 거치면서도 타결을 보지 못한 안건들이 이번에 일괄 타결된 것이다. 이번 노사정 합의는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극복에 도움이 된 1998년 1월 노사정 대타협 이후 가장 획기적인 합의로 평가된다. 이후 노사정위원회에서 여러 번의 합의가 있었지만 대부분 상징적이었고 국민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특히 공무원연금 개혁, 정년 연장 등 중요한 합의들은 대부분 노사정위원회보다는 정치권에서 이루어졌었다.

이번에 합의가 안 되었다면 국민은 노사정위에 낙담해 노사정위 무용론과 폐지론이 거세게 일어났을 것이며 노사정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방식은 우리 사회에 발붙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번 노사정 타협은 한국의 노사관계가 상당 수준 성숙하였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노사정 대화가 결실을 거두는 국가는 스웨덴 독일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 일부 선진국들에 불과하다. 노사정 대화체가 제대로 가동되기 위해서는 정부가 주요한 경제사회정책 의사결정권을 민간대표인 노사와 함께 나누어 가지는 대신 노와 사는 타협안에 대해 구성원을 설득하고 책임을 가지고 집행하는 자세를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노동문제는 국민의 소득, 삶의 질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당사자 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슈가 많다. 우리나라에서 주요 노동정책을 결정하는 창구는 노사정 대화, 정치권 협상, 정부의 일방적 시행의 세 가지가 있다. 이 중 노동정책을 결정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장은 이해당사자가 모두 참여하는 노사정 대화체이다. 이 대화체에서의 협상은 타결은 어렵지만 자율적으로 합의하면 노사정이 모두 내용에 승복을 하기에 실행이 쉽다.

반면 정치권에서 여야가 주체적으로 협상을 하면 타협은 비교적 쉬울 수 있지만 노사 간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내용에 논란이 많은 편이었다.

최근 정년 연장이나 공무원연금 개혁 모두 협상 타결 후에도 내용에 대한 불만이 표출되었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경우에는 심각한 노정 갈등을 불러오는 일이 많았다. 실제로 1996년 말 노동법 개혁은 근로자들의 거센 반발과 총파업을 불러왔고 결국 정부가 노동법 재개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노사정 합의는 일반해고, 근로조건 불이익 변경 등 앞으로 어떻게 노사정 간 합의를 해 나가겠다는 절차에 관한 합의도 많았다. 또 노사정 타결이 최종적 합의가 아니고 여야가 대립하는 국회에서의 입법과정을 앞두고 있어서 최종적인 결과를 예측하기도 어렵다. 이번 합의가 그 성과에도 불구하고 ‘미완의 합의’라고 불리는 이유이다. 되돌아보면 1998년 노사정 대타협도 그 후 잘 지켜지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 추후의 노사정 협상에 큰 장애가 되었다.

정부와 여당에서는 향후 입법을 추진하면서 노사정 합의를 자구대로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합의 내용이 준수되지 않으면 이 다음의 노사정 타협은 이번보다 더 어려울 것이다. 야당도 이번 합의를 폄하하기보다는 노사정 간의 자율 합의 내용을 존중하며 생산적인 대안 창출에 전력하기를 바란다.

이제 공은 정부와 국회로 넘어갔다. 관료들의 단기적인 실적 경쟁이나 여야 간 정쟁은 노동개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민의 시대적 염원인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와 청년실업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라도 지난한 과정을 거친 이번 노사정 타협의 정신은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대 학장 겸 경영전문대학원장
#노동개혁#고용유연성#사회안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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