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배규식]노동시장 구조개선 타협 가능성 살리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6일 03시 00분


코멘트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기대를 모았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노사정위)에서의 노동시장 구조개선특위 논의가 표류하고 있다. 자칫 노사정이 노동시장 구조 개선이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서 타협에 실패할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타협의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노사정위가 작년 9월 가동되면서 노사정 타협을 통해 2014년 이래 노동현안이 되어 온 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 정년 연장 문제를 해결하고 보다 근본적으로는 크게 변화된 사회경제 환경에 맞지 않는 노동시장 제도를 개혁해 이중화된 노동시장을 바로잡고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자 하였다. 3대 노동현안인 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 정년 연장 문제도 우리의 현 고용시스템에서 발생한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일시적 해법으로는 해결 방안을 찾기 어렵다. 우리 고용시스템을 둘러싼 사회경제적 환경 변화는 크게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과거 고성장시대를 지나 2000년대가 시작되면서 저성장시대로 이미 접어들었다. 과거 고성장시대를 전제로 하여 만들어진 빠른 승진과 승급, 임금체계, 장시간 근로 등 우리의 고용시스템을 저성장시대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

다음으로 우리 사회의 급격한 고령화에도 불구하고 연공적, 획일적 승진과 임금체계 등 고용시스템에 따라 중·고령자들이 평균 55세면 직장에서 물러나야 한다. 이들이 정년퇴직 때까지 일할 수 있도록 고용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 저성장과 고령화에 맞추어 그동안의 빠른 승진과 임금 인상, 조기 퇴직이라는 ‘굵고 짧은 경력경로’를, 느린 승진, 낮은 임금인상률, 정년 보장 등 ‘가늘고 긴 경력경로’가 될 수 있도록 고용시스템을 재설계해야 한다.

셋째, 산업구조의 양극화, 아웃소싱과 수직적 원·하청 관계에 따라 노동시장 역시 이중구조로 바뀌었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 근로자와 비정규직 근로자로 구성된 2차 노동시장을 끌어올리고 대기업 및 공공부문 등 1차 노동시장의 임금과 근로조건을 동결하거나 천천히 높이는 방법이 있다. 이뿐만 아니라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노동시장 내의 구조 개혁만으로 해결이 어려운 점을 고려하여 대기업 중심으로 양극화된 원·하청 질서를 개혁하고, 노조가 있는 대기업에 유리한 기업별 노사관계도 산업 및 업종별 노사관계 질서로 개편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외벌이 시대에서 맞벌이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여성인력의 사회 진출과 여성인력 활용의 필요성에 따라 남성 외벌이 모델에 적합한 현재의 고용규칙과 관행을 맞벌이 시대의 일-생활 균형에 적합한 근로기간, 휴일과 휴가, 직장문화 및 관행으로 개혁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 노동시장 구조 개선의 해법을 찾지 못하면 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 정년 연장의 3대 노동현안이라는 밀린 숙제는 더욱더 뒤로 밀리게 되고,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결이라는 노동시장의 최대 이슈는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얼마나 더 표류할지 알 수가 없다. 2014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노사정 소위에서도 여야와 노사정,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유사한 주제를 놓고 타협을 시도했으나 실패한 전례에 비추어 보면 노동시장 구조 개선 이슈를 국회로 가져가도 구조 개혁과 제도 개선이 쉽지만은 않다.

그런 점에서 노사정이 처음 제안했거나 현재 주장하고 있는 내용이 위의 경제사회적 변화에 적합한 개혁 방향에 합치되는 내용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노사정이 노동시장 구조 개혁에 단기적인 손익계산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중장기적 전망을 갖는 타협을 성사시키기 어렵다. 이념적 접근보다는 실용적 접근을 통해 노동시장 구조 개선의 기회를 살리는 노사정의 지혜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노사정위#노동시장#구조개선특위#표류#통상임금#근로시간 단축#정년 연장 문제#저성장시대#고용시스템#이중구조#맞벌이 시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