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홍준희]낮은 전기료 때문에 손해보는 것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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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희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
홍준희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
2035년까지의 국가 에너지 기본계획을 세우는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 권고안이 발표되면서 이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권고안의 의미는 시민사회계와 산업계가 합의로써 원자력발전의 비중을 22∼29%로 정한 것, 전력 부문의 정책을 공급 중심에서 수요 중심으로 전환한 점, 그리고 비정상적인 전기수요 증가를 막기 위해 발전용 연료인 석탄에 과세하는 것 등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국가정책 결정 과정에서 갈등이 일반화되고 있는 현실을 볼 때 시민사회계와 산업계, 학계 전문가들이 모여 에너지기본계획을 합의로 결정했다는 점을 칭찬하고 싶다. 또 국민들의 관심이 큰 원전 문제에 대해 앞으로의 방향을 제시한 점도 높게 평가하고 싶다. 원전 비중은 이해관계자별로 입장이 매우 달라 갈등이 첨예한 어려운 주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차 계획의 41% 목표와 일부 반핵단체가 주장하는 10% 수준 목표가 모두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렵거나 국민의 부담이 너무 큰 것임을 인정해 22∼29%라는 온당한 범위로 합의했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기본계획에는 또 발전용 석탄에 과세를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는 간접적으로 전기요금을 인상하고 석탄의 역할을 축소하거나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고 가스 부문을 키우겠다는 정책 방향을 드러낸 것이다. 분산형 발전체계 확대, 공급 중심에서 수요 중심으로의 정책 전환을 위한 선택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 계획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을 들자면 석탄가격 인상안이다. 현재 에너지 부문의 어려운 문제 대부분은 너무 싼 산업용 전기요금에 원인이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비교해 반값이며 중국이나 인도네시아 등보다도 40% 이상 싸서 이로 인해 전기 과다 사용의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그러므로 전기요금 현실화는 국가 에너지정책의 핵심 주제인데 이번에 발표된 안에서는 전기요금의 직접 인상이 아닌 원료인 발전용 석탄에 과세하는 간접적인 정책을 취했다. 발전용 석탄가격만 올리면 석탄과 관련된 기술이나 산업만 성장한다. 이것으로 국가의 성장을 일으키고 일자리를 늘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전기요금을 올리면 혁신적인 에너지 기술이 더 빨리 발전하고 창조산업의 근간이 될 수 있는 혁신기술과 관련 기업의 성장을 촉발할 수 있다. 이것이 바람직한 에너지 선진국과 글로벌 리더 기업을 만든다.

지금 우리나라는 낮은 전기요금 정책 때문에 세계적 규모로 진행되는 전력(에너지)체계 혁신이 만드는 시장 기회를 놓치고 있다. 태양광,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전력저장장치, 그린빌딩, 연료전지, 고효율 기기 등등. 전기요금을 올리면 공장의 설비교체와 신기술 채택으로 기업은 매출이 늘고 국민에게는 일자리를 제공할 것이다. 앞으로 5년간 176조 원의 매출 증가와 56만 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도 있다.

전기요금을 인상하면 고효율 전환 과정을 통해 기업에 총수요 증대라는 성장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러면 일자리도 늘어난다. 그러므로 이번에 발표된 안을 이후 보완하는 과정에서 발전용 석탄 가격 인상이 아닌 산업용 전기요금을 직접 올리는 정책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국가의 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할 때 중요한 일은 현재와 미래의 경제 상황을 고려해 가장 나쁜 상황을 대비하고 국가경제의 성장 토대를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이번에 시민사회계와 산업계. 그리고 관련 전문가 모두가 합의한 내용에 이런 점들이 충분히 반영돼 있기를 기대한다.

홍준희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
#전기료#제2차 에너지기본계획 권고안#석탄가격 인상안#에너지 기술#창조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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