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정기택]영리병원 허용을 환영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정기택 경희대 경영대학원 의료경영학과 교수
정기택 경희대 경영대학원 의료경영학과 교수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9일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의료기관의 개설허가절차 등에 관한 규칙’을 공포했다. 영리병원 논의가 시작된 지 10년 만에 구체적인 실행 의지를 밝힌 것이다.

영리병원 논의는 2002년 김대중 정부 당시 경제자유구역법 제정과 함께, 경제특구 내 외국인들의 정주 여건 조성의 일환에서 시작됐다. 이듬해 노무현 정부는 세계적 수준의 동북아중심병원 유치를 추진해 영리병원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2004년에는 경제특구에 외국 병원을 유치하기 위해 경제자유구역법을 개정해 외국 영리의료기관의 내국인 환자 진료를 허용하는 등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기도 했으며, 이후 영리만 추구한다는 오해를 탈피하기 위해서 명칭도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으로 수정했다. 하지만 영리병원 문제는 지난 10년간 수많은 논쟁만 무성해 ‘NATO(No Action Talking Only)’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의료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선정하고 추진한 현 정부가 막바지에라도 영리병원 입장을 정리해 공포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정부가 국제병원의 인력, 시설, 인가에 관한 구체적 계획을 밝힘으로써 한국 경제특구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외국 병원과 투자자가 고민해 왔던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제 정부는 국제병원의 인허가 담당부서와 전문 인력을 보강하고 수요자 관점에서 원 스톱 서비스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또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 등 관련 부처 간의 이견 조율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갈등이 외부로 표출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는 글로벌 의료 시장의 후발 주자인 만큼 대표적 의료 선진국인 싱가포르보다 더 우수하고 효과적인 정부 지원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10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인천과 제주에 외국인 병원에 대한 확실한 수요층이 생긴 것은 긍정적인 변화이다. 인천은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유치로 당장 내년부터 500명의 외국 전문 인력이 상주하게 되며 2020년에는 8000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관련 국제회의도 연간 120회가 개최되어 유동인구는 1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제주의 경우에도 해외 투자 유치가 증가하고 있는데, 최근 중국 최대 부동산 기업인 뤼디그룹과 1조 원 규모의 헬스케어타운 투자 합의각서(MOA)를 체결하고 기공식을 가진 바 있다.

인천과 제주 내 국제병원 설립이 의료 민영화 논쟁이 종결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국제병원 하나를 유치하면 전국으로 확산되어 인근 병원의 도산과 국민건강보험제도 붕괴로 이어진다는 논리가 파다했다. 하지만 이는 선거판의 네거티브 전략과 유사한 것으로 국민을 대상으로 한 근거 없는 선동일 따름이다. 이미 정부에서도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을 경제특구와 제주도에 국한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또 우려할 점이 있으면 정책을 통해 보완하면 될 것이다.

일찍이 노무현 정부 당시 아시아 최고의 의료서비스산업 강국으로 만들기 위해 시장을 창조해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전략으로 영리병원 허용을 추진한 바 있다. 그러나 우리가 규제 완화 논쟁으로 시간만 허비하는 사이에, 싱가포르와 태국은 해외 환자 유치만으로도 1조 원 이상의 외화를 벌어들이는 의료산업 강국으로 발전했다. 우리보다 훨씬 늦게 의료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한 중국조차도 외국 영리병원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의료서비스와 정보기술(IT), 생명공학기술(BT)을 융합하는 전략을 고안해야 한다. 송도나 제주에 건립될 국제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이 융합의 플랫폼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지난 5년 동안 꾸준히 추진해 온 글로벌 헬스케어와 바이오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정기택 경희대 경영대학원 의료경영학과 교수
#보건복지부#영리병원#의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