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윤동열]특허전쟁에서 승리하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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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열 대한변리사회장
윤동열 대한변리사회장
글로벌 경제 환경 속에서 우리 기업들에 대한 외국 기업들의 견제가 거세지고 있다. 애플을 필두로 한 선진 선두 기업들과 최근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특허관리전문회사(NPE)의 특허 공세가 우리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재무구조가 상대적으로 빈약한 국내 중소기업에는 치명적이다.

재무구조 빈약한 中企엔 치명적

특허청 자료에 따르면 2009년 112건에 머물던 국내 기업 관련 국제 특허분쟁은 해마다 늘어 지난해 195건으로 급증했다. 또한 전체 분쟁 중 피소가 821건으로 제소의 3배가 훨씬 넘는다. 실제 국내 대다수 기업들은 그동안 국제 특허분쟁에서 수동적인 입장을 취했다. 이는 우리가 특허 출원에만 집중한 나머지 상대적으로 특허를 활용하는 측면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특허는 종이에 기재된 하나의 문서이다. 따라서 사용하지 않고 방치하면 휴지조각이나 다름없다. 반면 특허를 제대로 활용한다면 효용가치는 무궁무진하며 오히려 총칼보다 더욱 무섭고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특허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시장 환경을 고려한 맞춤 특허 전략과 이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법 제도의 마련이 필수적이다.

우선 체계적인 특허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애플과의 세기적인 특허전쟁을 치르고 있는 삼성도 특허 등 지식재산권 분쟁 대응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IP(지식재산)센터를 설립하고 변리사를 비롯한 특허 전문 인력을 대거 보강하고 있다. 아예 제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특허 회피 전략을 마련하는 등 향후 시장 진입을 저지하려는 경쟁 기업과의 특허분쟁에 대비하고 있다.

‘특허괴물’이라 불리는 특허관리전문회사에 대해서는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 이들은 직접 제품을 제조하거나 판매하지 않고, 특허 등 지식재산권을 사들여 소송을 통한 로열티 수입으로 이익을 창출한다.

2009년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상대로 무려 16조5000억 원의 로열티를 요구한 바 있는 미국의 인텔렉추얼벤처스(IV)와 같은 특허괴물은 특허소송 특유의 재판의 장기화와 고비용 문제를 악용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협상을 유도하고 막대한 로열티 수입을 벌어들이고 있다.

이들의 무차별적 특허공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특허소송의 전문성 제고와 신속한 재판 진행을 위한 특허분쟁 해결 제도의 선진화가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우리는 특허소송의 전문성을 제고할 수 있는 훌륭한 무기들을 가지고 있다. 바로 특허법원과 변리사이다. 하지만 무기만 가지고 있지 이를 적재적소에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1998년 아시아 최초로 설립된 한국의 특허법원은 일본의 부러움을 살 만큼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지식재산권 보호의 쟁점이라 할 수 있는 특허침해소송이 민사소송으로 분류돼 여전히 전문성이 떨어지는 일반 법원에서 다뤄지고 있어 반쪽짜리 법원으로 전락한 실정이다.

또 특허 등 지식재산권법과 기술의 전문가인 변리사들이 제한적으로 소송에 참여하는 현실도 안타깝다. 일본의 경우 2002년 지식재산기본법을 제정하여 변리사와 변호사의 공동 소송 대리를 시행하고 있으며, 특허제도의 발상지인 영국에서도 영국특허변리사협회가 주관하는 소정의 교육과정을 거친 변리사들에게 소송 대리인 자격을 주고 있다. 또한 최근 특허 출원 세계 1위로 지식강국으로 무섭게 부상하는 중국 역시 변리사의 소송 대리를 시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허법원-변리사 적극 활용해야

아무리 예리한 칼이라 할지라도 쓰지 않으면 녹슬고 무뎌지게 마련이다. 특허전쟁의 승리 공식은 새로운 것이 아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역량, 즉 특허법원과 변리사라는 훌륭한 제도와 인력의 활용이다. 특허소송의 관할을 특허법원으로 집중하여 법원의 전문성을 제고하는 한편, 변리사와 변호사의 공동 소송 대리 등 특허 전문가인 변리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특허전쟁의 승리 공식이자 지식강국으로의 도약을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윤동열 대한변리사회장

※ 사외(社外) 기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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