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원대연]수입품은 다 명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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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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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대연 한국패션협회장
원대연 한국패션협회장
소위 ‘명품(Luxury Good)’이란 말도 부족해 ‘초고가 명품(Uber Luxury)’이란 말이 유행하고 그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수입제품을 발 빠르게 들여와 파는 서울 한 백화점은 불황에도 한 벌에 1000만 원 넘는 이탈리아 수제 키톤 양복, 5000만 원짜리 에르메스 야생악어 가죽백, 1억∼수십억 원 하는 스위스 바셰론 콘스탄틴 시계 등 고가품의 판매가 늘면서 상반기 매출이 작년보다 20% 이상 늘었다고 한다.

고급-저급 구분없이 ‘명품’ 맹신

명품이란 수십 년 경력의 장인이 정성을 쏟아 직접 손으로 만든 희귀 제품을 말한다. 그런데 시중에서 명품으로 불리는 대부분 브랜드는 옛날과 달리 대량 생산된 기성품이고 일부는 중부 유럽 인근이나 아시아 등 3국에서 생산해 자국 제품인 것처럼 라벨을 붙인 것이다.

수입이 금지되던 15년 전까지만 해도 호화사치품이라며 비난을 받던 서구 수입제품이 어느새 고급과 저급 구분 없이 모두 명품으로 불리고 있다. 이렇게 된 데는 이를 구분하지 않고 명품으로 표현한 언론의 책임이 크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국내 제품은 영원히 명품이 될 수 없다는 논리가 성립되지 않겠는가.

이들 서구 브랜드는 세계적인 경제위기에 따른 불경기 속에서도 특히 한국 일본 중국 중동 등지에서 예외적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고도의 경제 성장과 소득 증가에 따라 서구 브랜드에 대한 동경심과 충동적인 구매심리 등 사회 환경적인 변화가 주요인이라고 생각되지만 서구 수입제품은 곧 명품이란 말의 오용(誤用)이 가져다주는 심리적 요인도 한몫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싶다. 명품이란 ‘무조건 귀하고 좋다’라는 말에서 오는 막연한 호기심과 맹신, 착각 때문에 충동구매와 함께 실제 가치보다 훨씬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관세 인하분만큼 가격이 내려야 함에도 이들은 오히려 가격을 더 올리고 소비자들은 예약 구매까지 해야 할 정도라고 한다.

유통 개방 15년 만에 해외 브랜드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이미 국내 패션시장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브랜드들은 지금까지 국내 백화점의 고도성장에 지대한 기여를 해 왔지만 단순 경쟁력이 약하다는 구실로 계속 내몰리고 있으며 더구나 좁은 매장 면적, 수수료, 인테리어 비용 등 여러 가지 불리한 차별적 조건 때문에 고전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요즘 국내 시장을 맹렬하게 장악하고 있는 자라(ZARA), H&M, 유니클로 등 대량 저가 수입 브랜드들도 수백 평의 매장 면적과 수수료 우대를 받고 있다. 이들이 언제 또 명품(?)으로 불리게 될지 알 수 없다. 이들 대형 수입 브랜드 1개 입점으로 국내 브랜드 50∼70개가 한꺼번에 퇴출돼야 하는 현실은 너무나 안타깝다.

“국산은 한수아래”선입견 바꿔야

머지않아 우리나라 제품과 브랜드도 세계적인 명품이 돼야 한다. ‘한국 제품, 브랜드는 명품이 아니다’라는 막연한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우리 브랜드의 명품화, 세계화를 위해서라도 국민들이 정확한 개념의 용어를 올바르게 사용하고 혼돈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그럼으로써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명품을 키우고 패션강국으로 가는 토양을 조성해야 한다.

장인이 손수 만드는 소위 극소수의 일부 초고가 수입제품을 제외하고 우리에게 친숙한 대중적인 럭셔리 브랜드들은 명품이 아닌 ‘해외 수입 고급제품’ 혹은 ‘해외 수입 브랜드’로 정확히 불려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 업계가 먼저 자각하고 앞장서야 할 것이며 새로운 용어의 개발과 전파에 가장 영향이 큰 언론과 학계가 적극 도와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 명품이란 용어가 어느새 전파돼 널리 쓰이는 것처럼.

원대연 한국패션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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