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조은아]‘택시 구조조정’ 슬그머니 발빼는 정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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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아·경제부
조은아·경제부
2013년 12월 국토교통부는 ‘택시발전법안 통과, 갈등 대신 윈윈 물꼬 텄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여기에는 택시산업의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남아도는 전국 택시 5만여 대를 줄인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듬해 2월 국토부는 지방자치단체들이 5만여 대의 택시를 10년 안에 감축하도록 시행령을 마련했다. 여형구 국토부 2차관부터 교통물류실로 이어지는 국토부 ‘교통정책 라인’의 작품이었다.

이로부터 1년 7개월이 지난 이달 1일 국토부는 각 지자체가 택시 감차 기간을 당초 10년에서 20년으로 늘릴 수 있게 시행령을 바꿨다는 내용을 관보에 게재했다. 택시 감차 계획의 큰 틀을 바꾸는 일이지만 이번 시행령 개정의 배경을 설명하는 보도자료나 관련 공지사항은 나온 적이 없다. 택시발전법안을 발표할 때는 감차 연도별 택시업계의 수익까지 제시하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실무 공무원들은 바뀌었지만 택시 감차 보상 정책의 최종 책임자들은 그대로 남아 있다. 그런데도 정책 변화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설명하는 공무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국토부가 소리 소문도 없이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택시산업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막대한 세금과 택시요금을 내는 소비자들은 까막눈이 됐다. 전국 25만여 택시 운전사들도 이 내용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의문이다. 지자체가 감차 기간을 최대 20년으로 늘려 정부가 약속한 택시 감차 정책도 힘을 잃었다는 비판도 많다. 기간이 늘어난다고 해서 정부와 지자체, 택시업계가 충분한 감차 예산을 마련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커지고 있다.

시행령 개정에 대해서는 철저히 입을 닫았던 국토부는 24일 자 동아일보 보도로 택시 감차 기간 연장 사실이 알려지자 해명 자료를 내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기사의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전혀 문제 삼지 못하면서도 택시산업 구조조정이 사실상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에 대해 부인하는 데 급급했다. 이번 시행령 개정 취지가 ‘택시업계의 출연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는 때늦은 설명도 덧붙였다.

그렇게 민감한 사안이었다면 시행령 개정 과정부터 투명하게 공개했어야 했다. 소비자와 택시업계 종사자들이 다양한 의견을 내고 이를 수렴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했어야 한다. 정부가 비현실적인 감차 계획을 내놓고 뒷감당이 어려우니 슬그머니 발을 뺀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조은아·경제부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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