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신도시에선]'일산가꾸기 100인委' 공식 첫모임

  • 입력 2000년 10월 22일 18시 26분


‘살기 좋은 신도시 문화를 만들어 갑시다.’

경기 일산 신도시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일산에 살고 있는 학계, 문학계, 예술계, 종교계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100명이 새로운 신도시 문화 운동에 동참하기로 뜻을 모은 것.

‘일산 가꾸기 100인 위원회’는 21일 오후 8시 일산 신도시 내의 한 음식점에서 첫 공식모임을 갖고 ‘이동식 시민대학’과 ‘초등생 콘서트단’을 만드는 등 자신들의 전문분야를 활용한 신도시 문화운동에 나서기로 결의했다. 이 날 모임에는 김중배 참여연대 공동대표와 박영필 연세대 기계공학과 교수, 정석 서울시정연구원 박사, 권영숙 화백 등 20여명이 참석해 두 시간여 동안 위원회의 활동방향에 대해 토론을 벌인 뒤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외국 출장 중인 박이문 전 포항공대 교수와 시사평론가 유시민씨, 작가 박노해 등은 이날 모임에 나오지 않았지만 신도시 문화운동에 동감을 표시하고 지역 내 전자화폐제도 도입 등 구체적 실천방안을 위원회의 총무인 손광운 변호사에게 알려왔다.

이 위원회에는 학전 대표 김민기, 탤런트 양택조, 배우 문성근, 작가 송지나, 소설가 은희경, 국악인 김영동 등 일산에 살고 있는 유명한 전문가들이 대거 망라됐다.

위원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워낙 왕성한 활동을 펴고 있는 탓에 이 날에야 첫 공식모임을 열게 됐지만 앞으로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구축, 온라인 정기모임을 갖기로 했다. 생활법률, 회계, 지방자치, 세무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아파트 단지를 찾아다니며 강의를 하고 이 공간을 주민들이 얼굴을 맞댈 수 있는 만남의 장으로 활용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참여연대 김중배 공동대표는 “서울과 다른 지역의 시민운동이 제도 개혁에 초점을 맞춰왔다면 일산의 100인 위원회는 시민의 생활과 문화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다줄 것”이라며 “일산의 한 주민으로서 신도시 문화 창조에 백의종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도예가 김태욱씨는 “지금 일산에는 러브호텔에 밀려나긴 했지만 호수공원 등 좋은 문화공간이 남아 있다”며 “이런 공간과 100인 위원회의 의지가 합쳐진다면 신도시 문화 건설은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서울시정연구원 정석 박사는 “삭막해 보이는 콘크리트 아파트의 두꺼운 벽을 허물 수 있는 것은 서로 뜻을 모아 추진하는 문화운동밖에 없다”고 말했다.

100인 위원회 결성을 주도해온 손광운 변호사는 “잠시 살다가 떠나는 떠돌이 문화 대신 평생 이 곳에서 살고 싶도록 모든 시민이 공감하는 문화운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고양〓이동영기자>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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