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중국 항공사에 점령당한 제주 ‘하늘 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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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자유화 정책 악용…노선 독차지, 국제선 20개 노선중 17개 점령
국내 항공사 中도시 취항은 제한… 관광특수 위해 새로운 협정 필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급감했던 중국인 관광객의 제주 방문이 서서히 늘고 있다. 그러나 제주와 중국을 잇는 ‘하늘 길’은 여전히 중국 항공기가 뒤덮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제주국제공항에 적용하고 있는 ‘일방적 항공자유화’(외국 항공기 운항 개방) 정책 때문이다. 중국 등 다른 나라 항공사는 제주를 연결하는 항공 노선에 대해 운항횟수와 좌석 공급규모 등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항공사는 제주와 중국의 도시를 연결하는 노선을 개설하기 위해 국가 간 항공협상을 벌여야 한다.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늘고 있지만 중국 항공사가 제주 하늘 길을 점령해 국내 항공사가 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늘고 있지만 중국 항공사가 제주 하늘 길을 점령해 국내 항공사가 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 제주 하늘 길 점령한 중국 항공기

중국인 관광객 증가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항공자유화 정책 때문에 국내 항공사는 항공 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특히 중국 항공당국은 자국 항공사의 영업과 수익을 보호하기 위해 자국 항공사 정기 노선에 대해서는 국내 항공사 취항을 불허하거나 노선별로 부정기 운항 기간이 4개월을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실제 제주∼원저우(溫州), 제주∼닝보(寧波) 노선에 중국 항공사가 취항하면서 제주항공은 2013년 이 노선들에서 항공기 운항을 중단했다. 중국 측이 운항 연장을 해주지 않아 제주항공 측은 탑승률 90%인 ‘황금 노선’을 포기해야 했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메르스 사태 이전인 4월 제주를 연결하는 정기 국제선은 3개국 20개 노선으로 이 가운데 17개 노선이 중국이다. 이들 노선 전체 항공편은 주 244편으로 이 가운데 국내 대한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이 취항한 5개 노선 44편을 제외한 200편을 중국 항공사가 차지했다. 한동안 중단됐던 항공기 운항이 다음 달부터 정상을 되찾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하늘 길은 여전히 중국 항공사가 점령할 것으로 보인다.

○ 새로운 항공협정 절실

2011년 2785편이었던 제주∼중국 노선 운항횟수는 지난해 1만2894편으로 4.6배로 늘었지만 국내 항공사 점유율은 미미하다. 지난해 국내 항공사들의 운항횟수는 2621편으로 20.3%에 불과하다. 올해 들어서는 더욱 줄어 7월 말까지 전체 6702편 가운데 국내 항공사는 16.5%인 1104편에 그쳤다. 현재 아시아나항공과 제주항공, 에어부산, 이스타항공은 제주∼중국 노선에 정기편이 단 1대도 없다. 부정기편 운항도 쉽지 않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늘고 있지만 중국을 연결하는 항공노선에서 국내 항공사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며 “외국 항공사는 자유롭게 드나드는데 정작 국내 항공사는 개설된 노선마저 연장하지 못하는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제주에 한해 항공자유화를 선언했다. 이 정책은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2000년 5만7000명에서 지난해 286만 명으로 증가하는 데 보탬이 됐다. 항공업계는 제주∼중국 노선은 항공기를 띄우기만 하면 수익이 보장되는 만큼 국내 항공사의 취항을 확대하는 협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협상을 통해 제주 기점에 취항한 중국 항공사 비율만큼 국내 항공사가 중국 노선에 취항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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