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미시령터널 수입보전 ‘뜨거운 감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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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객 줄면 보전액 수천억 달해
강원도, 지원방식 재협상 추진… 운영업체는 재협상 대응 안해

‘혈세 먹는 하마’로 지적되고 있는 강원 고성군 미시령터널 재정지원금 재협상을 놓고 강원도와 미시령관통도로㈜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25일 강원도에 따르면 미시령터널 운영에 대한 적자를 보전해 주는 최소운영수입보장제(MRG)가 강원도에 지나치게 불리하게 돼 있어 이를 바로잡기 위한 재협상을 미시령관통도로에 요청했으나 불응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강원도는 미시령관통도로가 신청한 2013년도 보전금 19억8000만 원의 지급을 보류한 상태다.

강원도가 재협상에 강하게 매달리는 이유는 서울과 양양을 연결하는 동서고속도로가 2, 3년 내 완공되면 미시령터널의 통행량이 급감해 도의 재정보전금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동서고속도로 개통 시 현재 추정 통행량의 69%를 유지하고 있는 미시령터널 통행량은 20% 정도로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 경우 연간 부담금이 240억 원 규모로 증가하고 미시령터널 운영기간이 2036년까지임을 감안하면 총 5400억 원이 넘는 보전금을 지급해야 할 상황이다.

이에 따라 강원도는 현재 투자수익률을 반영한 MRG 방식에서 원금과 수익률, 운영비에 통행료 수입이 미달하는 만큼을 보전하는 최소운영비지원(SCS) 방식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도는 약 3000억 원을 절감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강원도는 앞서 미시령터널 운영 방안 개선 연구용역을 통해 MRG 재정보전비율이 현 금융환경에 적합한지를 분석했다. 또 서울지하철 9호선과 경기 용인경전철 등 민자사업의 실시협약 변경 사례를 재협상의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미시령관통도로는 최초 협약을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재협상에 응하지 않고 있다.

미시령관통도로 관계자는 “강원도의 재협상 요구에 응할 이유도 없고, 계획도 없다”며 “동서고속도로 개통으로 보전금이 늘어나는 문제는 그때 가서 논의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원도 관계자는 “재협상 요구에 불응하고 있어 이를 압박하기 위해 재정지원금 지급 보류 등 가능한 행정처분을 검토하고 있다”며 “법적 공방이 벌어질 수도 있지만 더이상 물러설 수 없어 강경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속초가 지역구인 강원도의회 김성근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미시령터널은 영업을 할수록 적자를 보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빠졌다. 이는 결국 도의 재정 손실과 도민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강원도에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미시령터널은 2006년 7월 개통 이후 지난해까지 187억 원을 보전했다. 추정 통행량의 79.8%에 미달하면 손실분을 지급하고 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미시령터널#재정지원금#최소운영수입보장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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