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가족과 떨어져 지방근무 하느니 그만두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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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진흥재단 무주 이전후 직원 48명중 30명 퇴사 충격
전북혁신도시 퇴직자 행렬 비상

“지방 가느니 차라리 그만두겠다.”

태권도진흥재단이 2년 전 서울에서 전북 무주군 국립태권도원으로 이전한 뒤 그만둔 재단 직원이 전체 48명 중 30명(66%)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태권도를 보급하고 진흥하기 위해 설립된 태권도진흥재단은 구직자들에게는 ‘꿈의 직장’으로 불리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지만 재단 측은 정원을 채우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재단에 따르면 현재 재단 직원(정규직 기준)은 정원보다 8명 부족한 48명이다. 이 중 절반이 넘는 26명(54%)은 재직 기간이 2년도 안 된 ‘새내기’다.

태권도원은 무주군 설천면에 서울월드컵경기장 면적의 10배 규모(231만 m²)로 국비 2153억 원, 지방비 148억 원을 들여 2013년 9월 완공됐다. 재단은 2013년 4월 태권도원 운영을 위해 미리 이전했다. 하지만 서울에서 무주로 옮긴 이후 현재까지 모두 30명이 퇴사했다.

퇴사 행렬은 무주로 이전하기 전부터 시작됐다. 이전하기 전 직원 37명 가운데 10명이 퇴사하는 바람에 27명만 무주로 내려와 근무를 시작했다. 이전한 2013년에 5명이 사직한 데 이어 지난해 13명이 추가로 퇴직했고 올 상반기에도 이미 12명이 떠났다. 가장 큰 이유는 주거와 문화생활 등 정주 여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직원들이 거주할 만한 사택이 없다 보니 주거비를 개인이 부담하는 데다 학교와 의료시설 등 생활 여건도 부족하다. 서울에서 꼬박 3시간 이상 걸리는 오지인 데다 주변에 생활 시설도 없어 퇴근 후에는 할 일이 없다. 깊은 산골이지만 월세가 30만 원 선으로 저렴한 것도 아니다. 한 미혼 직원은 “아직은 혼자라서 산골 월세방을 얻어 살고 있지만 결혼 후에도 이런 생활을 계속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2017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준비에도 비상이 걸렸다. 전북도가 5월 유치한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는 2017년 5∼6월 중 9일간 태권도원에서 열린다. 160개국 2000여 명의 선수단이 참가하는 세계 대회다.

전북혁신도시 이전 기관도 퇴직자가 줄을 잇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이노근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지방 이전 공공기관 퇴직자 현황’에 따르면 올 8월 말 기준 전북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 11곳의 임직원 2709명 중 66명(2.4%)이 희망퇴직 또는 명예퇴직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립농업과학원은 514명 중 16명(3.1%)이 퇴직했고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전체 82명 중 4명(4.9%)이 그만뒀다. 국립축산과학원도 전북 이전 6개월 만에 전체 136명 중 6명(4.4%)이 사직했고, 한국전기안전공사도 355명 중 15명(4.2%)이 퇴사했다. 정년퇴직과 계약 만료 등까지 포함하면 실제 퇴사자는 총 116명, 퇴사율은 4.3%로 올라간다.

다른 지방 혁신도시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170명이 그만둔 광주전남혁신도시가 전국에서 가장 많았고, 대구(105명), 충북(84명), 부산(71명), 경남(69명)이 뒤를 이었다. 전북은 여섯 번째로 많았다. 퇴사율은 수도권에서 가장 먼 제주(12.9%)가 가장 높았고 충북(4.6%), 대구(3.5%) 순이었다. 경북은 유일하게 1%를 밑돌았다.

이 의원은 “지방 이전에 따른 거주 여건이나 문화 환경 문제 등을 해결하지 못해 퇴직자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정부와 지자체들은 혁신도시의 편의시설과 교통 인프라를 늘려 계속되는 인력 유출을 막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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