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대책없는 자전거도로에 인천시민 분통

  • 입력 2009년 8월 25일 07시 00분


市, “정체 유발” 의견 무시
체증 심한 사거리에 전용도로

공사기간 줄이려 무리한 준공
도로상태 열악 부상사고 잦아

“인천시가 정말로 대다수 시민이 자전거 전용도로를 원한다고 생각해 수백억 원의 예산을 써가며 졸속으로 자전거 도로를 설치했는지 묻고 싶습니다.”

요즘 인천시내 곳곳에 설치됐거나 조성 중인 자전거 전용도로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다. 시는 자전거 전용도로 설치가 ‘친환경 녹색교통 인프라 구축을 위한 첫걸음’이라고 설명하지만 차량 운전자나 자전거를 이용하는 시민 모두 불만이 많은 실정이다.

○ 자전거 전용도로로 불편해진 생활

23일 오후 4시경 인천 남동구 구월동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앞 자전거 전용도로. 인주로(시티은행 사거리)에서 롯데백화점 방향으로 좌회전을 받은 차량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인도 쪽으로 자전거 전용도로가 만들어지면서 편도 2차로가 1차로로 줄었기 때문이다. 운전자들은 “가뜩이나 교통 체증이 심각한 구월동 한복판에 1차로 도로가 웬 말이냐”며 “이곳을 지나면서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보지도 못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실제로 오후 4∼5시 1시간 동안 자전거 도로를 이용하는 시민이 얼마나 되는지 지켜봤지만 겨우 3대의 자전거가 지나갔을 뿐이다.

여성 운전자 김희정 씨(45)는 “인천에서 가장 교통 정체가 심한 남구 관교동, 구월동 일대 교통대책을 세운다고 발표한 시가 시민 의견도 제대로 듣지 않고 자전거 도로를 만들어 교통체증을 부추긴 꼴이 됐다”고 비난했다. 이 구간에 자전거 전용도로를 설치하면 극심한 정체를 유발한다는 의견을 경찰이 제시했지만 시는 이를 무시했다.

연수구 동춘동 소금밭 사거리(현대아파트 앞) 인근 자전거 도로에서는 10여 일 전 A구청 공무원이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다 울퉁불퉁한 자전거 도로에서 중심을 잡지 못한 채 넘어져 크게 다쳤다. 공사기간을 단축해 조기에 자전거도로를 준공하려다보니 평탄하게 만들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다.

자전거 도로가 주차장으로 변하는 등 무용지물이 된 곳도 있다. 22일 오후 6시 반경 인천 연수구 연수2동 대동아파트 입구에서 연수 장례예식장으로 향하는 편도 2차로. 인도 쪽(수인선 방향) 차로를 없애고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들었지만 자전거 도로에는 20여 대의 차량이 주차를 해 놓은 상태였다. 이광용 씨(53·연수구 동춘동)는 “주차난이 심각한 곳에 자전거 도로를 무리하게 만들다 보니 차량들이 세울 곳을 찾지 못해 자전거 도로를 점령하고 있다”며 “주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추진한 탁상행정의 표본”이라고 말했다.

송도국제도시에 만들어진 자전거 도로 또한 차량운전자와 자전거 이용자 모두에게 불만이다. 현대 아이파크와 한진 해모로 아파트 주변에 만들어진 자전거도로의 경우 폭이 너무 좁아 자전거를 잘 타는 사람이 아니면 이용하기가 어렵다. 여기에 도로와의 경계선을 철 구조물로 만들어 놓아 넘어질 경우 큰 부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주민들은 “양쪽으로 자전거 도로를 만들어 도로 폭이 좁아진 데다 최근에는 일방통행로를 없애고 중앙선을 만들어 교통사고위험까지 생겼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 연말까지 시민 고통 계속된다

시는 327억 원을 들여 시청 주변과 연수구 남동구 등에서 진행 중인 자전거 전용 도로 1단계 공사(72km)에 이어 350억 원을 추가로 들여 10월부터 연말까지 계양, 백운, 간석, 구월권역 등에서 2단계 공사(101km)를 벌일 계획이다.

시는 당초 올해 자전거 도로 건설에 200억 원을 쓸 예정이었지만 자전거 도로 건설이 설계부터 시공까지 6개월밖에 걸리지 않아 추경예산 확보를 통해 사업비를 모두 677억 원으로 늘렸다.

하지만 도로공사가 올 6월부터 시내 곳곳에서 동시에 벌어져 차량과 보행자의 통행 방해는 물론 도로 굴착에 따른 소음 등으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시는 이에 대한 대책 마련도 없이 추가로 공사를 벌일 계획이어서 시민들의 불편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시는 “자전거 전용도로 설치로 차량지체가 60.7%나 늘어난 시청권역 각 교차로에 대해선 신호운영 개선과 우회도로 이용 유도 등으로 차량 통행률을 낮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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