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이슈점검/문예회관 용지 등 시유지 매각 공방

  • 입력 2009년 5월 21일 06시 46분


부천시 “지하철 연장 등 사업 위해 팔아야”
시의회 “지금 팔면 헐값… 사용계획도 모호”

“시민들에게 필요한 사업을 진행하려면 올해 시유지를 파는 방법밖에 없다.”(부천시)

“경기가 좋을 때보다 싸게 매각할 가능성이 높으니 나중에 팔아야 한다.”(시의회)

서울지하철7호선 부천구간 연장공사와 같은 대형 건설사업으로 인해 극심한 재정난을 겪고 있는 경기 부천시와 시의회가 최근 시유지 매각을 놓고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시는 지난해 10월 시유지인 원미구 중동 1153 일대 호텔 및 문화예술회관 용지 2만4300여 m²를 용적률 최대 1000%까지 적용해 80층 이상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을 건립할 수 있도록 토지이용계획을 변경했다. 시청 바로 옆에 붙은 이 땅은 1998년 중동신도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시가 공공용지로 사들였으나 문예회관 사업비를 확보하지 못한 데다 면적도 비좁다는 이유로 그동안 공터로 방치해 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부천시가 2004년 서울과 연결하는 지하철 연장공사에 들어가면서 재정난이 시작됐다. 2012년에 완공할 예정인 이 지하철 구간을 정부가 도시철도로 지정하는 바람에 시는 총사업비의 40%인 3130억 원을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시의 연간 예산이 8600억여 원에 불과한 상태라 공사비를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부천시의 재정은 2006년 정부로부터 최하위인 E등급 판정을 받았을 정도로 열악하다.

지하철 공사 외에도 문예회관과 수목원 건립 등과 같은 숙원사업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골몰하던 시는 결국 부천의 마지막 ‘금싸라기땅’으로 통하는 이 시유지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추모공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원미구 춘의동 주변에 문예회관을 옮겨 짓고 땅을 팔아 각종 사업비를 확보하겠다는 것.

현재 이 땅의 공시지가는 m²당 1000만 원 미만이지만 주변 땅의 시가는 1200만∼1400만 원을 호가해 민간 사업자에게 팔면 4800억여 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시는 매각비용으로 숙원사업을 해결하고 1000억 원을 남겨 다른 땅을 매입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시는 지난해 12월에 이어 올 2월 시의회에 시유지 매각 승인을 요청했으나 시의회는 보류하거나 부결시켰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돼 땅을 팔면 제값을 받기 어렵고 매각 대금에 대한 구체적 사용 계획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것이 시의회의 부결 이유였다. 시는 매각을 승인해도 당장 파는 것이 아니라 경기 상황과 예상 감정가격 등을 고려해 매각 시점을 잡겠다며 시의회를 설득했다. 땅을 민간에 넘기면 1조 원이 넘는 대단위 건설사업이 시작돼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대체 용지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시의회는 종전 방침을 바꾸지 않고 있다.

시는 7월에 열릴 제153회 임시회에 매각 승인 안건을 다시 상정할 방침이어서 매각을 둘러싼 당위성 논쟁을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시 관계자는 “시의회가 7월 매각을 승인해도 감정평가 및 매각공고와 같은 절차를 거치면 실제 매각 시기는 12월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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