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착한 졸업식’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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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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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일신여상 졸업생들이 졸업식을 마친 뒤 홀로 사는 노인을 찾아가 생일잔치를 열어주고 있다. 송파구 제공
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일신여상 졸업생들이 졸업식을 마친 뒤 홀로 사는 노인을 찾아가 생일잔치를 열어주고 있다. 송파구 제공
인천 연수구 송도동 신청초 학생들은 지난해 12월 겨울방학이 시작되기 전부터 졸업식을 준비했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주는 졸업선물을 받는 대신 그 비용을 모아 털실과 뜨개질 도구를 샀다. 200여 명의 졸업생은 선생님들과 함께 털모자 짜는 법을 배우고 두 달 가까이 모자를 만들기 시작했다. 15일 열리는 졸업식 날 학생들은 정성껏 짠 털모자를 모아 국제구호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에 기증하기로 했다. 이들은 아프리카 신생아들이 저체온증으로 사망하는 일이 많다는 소식을 듣고 기부 졸업식을 준비했다.

교육 당국과 경찰이 ‘막장 졸업식’과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아직 예전과 같은 과격한 뒤풀이로 밀가루 계란 케첩 범벅이 된 학생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통과의례’라며 폭행사건까지 이어지고 있다. 다행히 곳곳에서 이런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털모자 기증 졸업식과 같은 ‘착한 졸업식’이 열리고 있다.

○ 뒤풀이 대신 봉사활동 나서기


서울 송파구는 졸업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자원봉사센터와 함께 홀몸노인을 찾아 봉사하는 졸업식 뒤풀이를 준비했다. 9일 졸업식이 있었던 일신여상과 석촌중 학생이 참여했다. 졸업생들은 생일을 맞은 송파구 송파2동 김창순 할머니(80)를 찾아 조촐한 잔치를 열었다. 학생들이 머리에 고깔모자를 씌워주며 노래를 부르자 김 할머니는 이내 눈시울이 붉어지다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이날 졸업식이 끝나고 봉사활동에 참가한 안소희 양(19)은 “친구들이야 언제든 나중에 만나도 되지만 졸업식 날 뜻 깊은 추억을 만들고 싶어 봉사활동에 나섰다”며 “졸업과 동시에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셈인데 이날을 아무렇게나 보내긴 싫었다”고 말했다.

이후 학생들은 송파노인전문요양원을 찾아 어르신들과 시간을 보냈다. 종이접기와 발 마사지를 하며 오후 내내 봉사활동을 한 학생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송파구 자원봉사센터 허명 소장은 “올해 3곳의 학교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반응이 좋아 내년에는 참여 학교를 더 늘릴 계획”이라며 “학생들이 봉사활동을 통해 배려심을 키우고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이색 졸업선물과 졸업식도


17일 졸업식이 열리는 경기 광주시 남종면 분원리 분원초등학교. 매년 이 학교 졸업생들은 특별한 졸업선물을 받는다. 이 학교 안준철 교장(60)이 직접 조각한 학생들의 ‘얼굴상’이다. 진흙을 빚은 뒤 구워서 만든 테라코타 작품이다. 2005년 부임한 안 교장은 제자들을 위한 졸업선물을 고민하던 끝에 대학원에서 배운 조소 솜씨를 활용해 직접 얼굴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100여 명의 졸업생이 세상에서 하나뿐인 안 교장의 선물을 받았다. 올해도 22명의 졸업생이 뜻 깊은 선물을 받게 된다. 안 교장은 학생들이 소중한 선물을 받고 졸업식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인천 학익여고는 ‘음악회와 함께하는 졸업식’을 주제로 음악회 같은 졸업식을 마련했다. 9일 열린 졸업식에서 음악 동아리 회원들은 관현악과 가야금 연주 등을 선보였다. 김명숙 교장은 “획일적이고 다소 지루한 졸업식 대신 감동이 있는 졸업식을 만들고 싶었다”며 “앞으로도 특색 있는 졸업식을 열어 즐겁고 밝은 졸업 문화를 선도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윤성환 인턴기자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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