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고향생각도 보듬어준 사랑진료소, 10번째 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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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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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여성 등 4만여 명 무료 진료해 온 분당보건소 외국인 진료소

15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분당구보건소에서 외국인 무료 진료 1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이곳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차의과학대 의학전문대학원 및 간호학과 학생들이 축하노래를 부르고 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15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분당구보건소에서 외국인 무료 진료 1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이곳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차의과학대 의학전문대학원 및 간호학과 학생들이 축하노래를 부르고 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15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분당구보건소 3층 강당. 작은 무대 위에서 한 노신사가 색소폰을 멋들어지게 연주하고 있었다. 곡명은 레이 찰스의 ‘아이 캔트 스톱 러빙 유’. 연주가 끝나자 100여 명의 관객이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연주의 주인공은 매주 일요일 이곳에서 외국인을 위한 무료 진료를 하고 있는 최윤근 소장(65). 이날 외국인 무료 진료소가 문을 연 지 10주년을 맞아 조촐한 ‘생일잔치’가 열렸다.

○ 10년간 4만5000명 진료


개인병원 원장인 최 소장이 외국인 무료 진료를 결심한 것은 미국에서의 경험 때문이다. 1974년부터 20여 년간 미국에서 수련의와 전공의 전문의 과정을 거친 그는 한국 동포가 의료혜택을 못 받아 고통받는 모습을 목격했다. 한국에 돌아온 최 원장은 학교와 병원 등지에서 만난 백무현 원장(56·성형외과), 정연철 원장(57·안과) 등 10여 명의 전문의와 의기투합해 2002년 무료 진료소를 열었다. 차의과학대 의학전문대학원생 및 간호학과생 80여 명이 합세해 100명 가까운 의료진이 돌아가며 어려운 형편의 외국인을 진료하고 있다.

연말연시나 명절을 제외하고 매주 일요일 진료가 이뤄졌고 지금까지 줄잡아 4만5000여 명이 혜택을 받았다. 내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성형외과 안과 산부인과까지 ‘종합병원급’ 진료가 가능해 성남뿐 아니라 서울 등지에서도 진료를 받으러 온다. 성남시는 매년 1000만 원에 이르는 의약품을 지원하고 보건소 내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후원회를 이끌고 있는 최호선 씨(55·사업)는 최 원장의 환자였던 것이 인연이 돼 진료소 시작부터 지금까지 궂은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또 성남지역 종교단체와 백 원장의 부인 등 의료진 가족도 진료소를 찾아 환자의 식사를 챙기고 있다.

백 원장은 “진료 순번이 돌아올 때마다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다 보니 어느덧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며 “진료소가 문을 닫지 않는 한 계속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 외국인 ‘쉼터’로 자리매김


10년 전만 해도 외국인 근로자나 결혼이주여성들은 마음 편히 갈 의료기관이 없었다. 이런 가운데 외국인 무료 진료소가 문을 열고 10년 동안 운영되면서 이제는 단순히 진료 공간을 넘어 외국인들의 쉼터로 자리 잡았다. 초창기에는 동남아 출신 외국인이 많았으나 지금은 중국동포가 대부분이다. 이들과 소통하기 위해 최 원장은 한국방송통신대에서 중국어를 배우기도 했다.

환자였던 윤창한 씨(77)도 중국동포 출신이다. 그는 진료소의 ‘군기반장’으로 꼽힌다. 최연장자로 매주 일요일 앞장서서 진료소의 질서를 정리한다. 앞서 윤 씨는 2007년 한국에서 위암 판정을 받았으나 최 원장의 도움으로 분당차병원에서 수술을 받아 완치했다. 진료소 후원회와 병원 사회사업부의 도움으로 큰돈 들이지 않고 치료를 받았다. 윤 씨는 이날 10주년 기념식에서 직접 환자 대표로 최 원장 등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그는 “최 원장님이 수술을 도와주고 일요일마다 병문안까지 왔었다”며 “외국인을 위해 이렇게 해주는 곳이 세계 어느 나라에 있겠느냐”며 고마워했다.

최 원장은 “10년 전 진료를 시작할 때만 해도 얼마나 계속할지 걱정했다”며 “동료 의사와 학생 후원자 자원봉사자 그리고 항상 ‘수고했다’고 말해주는 환자들 덕택에 오늘을 맞을 수 있었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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