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수도권]늘 꽉막힌 연세로, 버스만 다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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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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市 “왕복 4차로→2차로 줄이고 인도 늘려”… 이르면 내년 3월 착공

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서 연세대 정문 앞 굴다리까지 이어진 연세로에 시내버스만 다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서울시와 서대문구에 따르면 시는 시내버스만 다니는 ‘서울형 대중교통 전용지구’ 도입을 위해 지난해 11월 수요조사를 실시했다. 자치구 가운데 서대문구가 유일하게 신청해 시는 다음 달 기술용역을 발주한 뒤 사업 타당성 분석을 마치면 내년 3월부터 본격적으로 470m 길이의 연세로에 대중교통 전용지구를 조성할 계획이다. 서대문구는 2년 전부터 이곳 일대를 ‘차 없는 거리’로 만들기 위해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관련 사업을 준비해와 도입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내년 3월 이후 전용지구 조성이 완료되면 시내버스를 제외한 다른 차량은 새벽과 심야시간대에만 통행을 허용할 방침이다.

○상권 활성화와 보행자 편의 위해 조성


하루 평균 신촌 지역 주변 유동인구는 12만 명에 이른다. 연세로를 지나는 보행자만 시간당 2000여 명에 이른다. 하지만 보행자 수에 비해 인도가 좁아 그동안 보행 불편 민원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차량 정체 역시 심각했다. 연세로를 통과하는 차량은 시간당 1000여 대로 통행 속도는 시속 10km 이하였다. 이곳을 지나는 시내버스 노선은 19개로 한 시간에 200대 정도가 다니고 있다.

1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앞 연세로에 자가용과 버스가 혼잡하게 얽혀 있다. 내년 3월 이후 이곳에 대중교통 전용지구가 조성되면 차도에는 시내버스만 다니게 된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1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앞 연세로에 자가용과 버스가 혼잡하게 얽혀 있다. 내년 3월 이후 이곳에 대중교통 전용지구가 조성되면 차도에는 시내버스만 다니게 된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시와 서대문구는 현재 4차로인 연세로의 도로 폭(21m)을 17.5m로 줄여 차로는 2차로로 조성하고 인도는 4m가량 늘릴 방침이다. 시는 또 서대문구와 함께 사업을 주관해 약 50억 원의 예산(국·시비)으로 내년 3월 전용지구 조성을 완료할 계획이다.

시는 쾌적한 보행자 환경이 조성되면 교통 환경이 개선되는 것은 물론이고 상권 활성화와 공기 질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 국내에서는 대구시 중앙로에 전용지구가 조성된 이후 보행자 수는 18% 늘었고 대중교통 이용객도 22% 증가한 바 있다.

○찬반 의견 팽팽해


연세로 대중교통 전용지구 조성에 대해 찬반 의견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시와 서대문구는 환경이 쾌적해지면 보행 인구가 늘어나 이곳 상권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연세대 학생 윤지상 씨(26)는 “사람은 많은데 인도가 너무 좁아 제대로 걷기조차 힘들었다”며 “도로에 즐길거리가 함께 조성되면 사람이 더 많이 모이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이무현 씨(44)는 “납품차량만 올 수 있게 해준다면 아예 차가 안 다니는 게 낫다”며 “손님의 80%가 거리를 걷다가 방문하는 경우라서 외국인이나 학생이 더 많이 모이게 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신촌 현대백화점 측의 반대가 가장 심하다. 노점상도 걱정이 많다. 이승재 씨(73)는 “보행자가 늘어나면 장사는 잘되겠지만 노점상을 다 쫓아낼 것 같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한형직 인턴기자 서울대 국사학과 3학년  
▼ “주변 상인들 환영… 2년내 마무리 할 것” ▼


대중교통 전용지구 조성 사업은 주민 설득과 자치구 협조가 필수적이다. 서울 시내에서 처음으로 서대문구 창천동 연세로에 전용지구가 조성되는 이유는 이곳이 그 두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어서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사진)은 2010년 취임한 이후 신촌 일대를 ‘차 없는 거리’로 만들기 위해 주민 의견을 수렴해 왔다.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아 사업 추진이 어려웠지만 마침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이후 시가 대중교통 전용지구 조성을 추진하게 돼 반대하는 주민과 타협점을 찾을 수 있었다. 서대문구는 지난해 5월 신촌축제 당시 차 없는 거리를 운영하며 상점 100곳과 관객 96명에게 앞으로 운영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묻기도 했다. 당시 상점의 51%, 관객의 81%가 차 없는 거리에 찬성해 대중교통 전용지구 조성은 큰 무리가 없을 거라는 설명이다. 시와 서대문구는 통상적으로 5년 이상 걸리는 이 사업을 2년 안에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 구청장은 “보행자 편의를 높여 사람을 더 많이 다니게 하는 게 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결론을 얻었다”며 “길거리 공연 등이 가능한 대학생 중심의 거리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점상을 위해 강제 철거 대신 점포를 차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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