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 이후 첫 정기인사를 대대적으로 단행했다. 서울시는 1∼3급 고위 공무원 61명에 대한 내년 1월 1일자 승진, 전보 인사를 29일 발표했다. 이번 인사는 파격적인 서열 파괴와 행정직과 기술직 교류 확대가 특징으로 꼽힌다.
서울시 일각에서는 지나친 파격 인사로 조직과 행정의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특히 세종문화회관 사장 선정과 관련해서는 선거를 도와준 인사에 대한 보은 인사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이날 세종문화회관 사장에 박인배 극단 현장 예술감독(58)을 내정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선거 캠프에서 활동했던 박 신임 사장은 공연장 경영 경험이 없다는 점 때문에 박 시장의 ‘자기 사람 심기’가 본격화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서울의료원장에는 김경일 신천연합병원장(55)이 내정됐다.
서울시 주요 보직인 기획조정실장(1급)에는 정효성 행정국장(2급)이 직무대리로 임명됐다. 정 실장은 박 시장의 임명 제청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이 공식 임명하게 된다. 정 실장은 기획담당관과 대변인, 행정국장을 거친 조직관리와 기획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시의회 사무처장(1급)은 장정우 도시교통본부장(1급)이 임명됐고,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주력하는 경제진흥실장(1·2급)에는 권혁소 국장(2급)이 임명됐다.
자치구 부구청장 출신의 본청 주요 보직 임명도 파격적이라는 평가다. 복지 분야를 총괄하는 복지건강실장(1·2급)에는 김경호 구로구 부구청장(3급)이 임명됐고 도시교통본부장(2급)은 윤준병 관악구 부구청장(2급)이 맡게 됐다.
기술직 분야에서도 박 시장의 파격 인사 의지가 드러났다. 도시안전실장(1·2급)에는 기술고시 15회 출신 김병하 도시계획국장(3급)이 임명됐다. 사실상 한 차례 인사를 통해 두 단계 승진한 파격적 인사다.
서울시 주택 정책을 총괄하는 주택정책실장(1·2급)에 7급 공채 출신인 이건기 주택기획관(3급 승진 예정)이 발탁된 점은 더욱 파격적이다. 이 주택정책실장은 도시관리과장과 건축기획과장을 역임한 주택 분야 전문가로 평가되는데 내년 1월 1일이 되어야 3급 승진 임용되면서 동시에 1·2급 직위에 오르게 됐다.
신임 행정국장에는 이창학 교육협력국장(3급)이 자리를 옮겼으며 신설된 서울혁신기획관에는 조인동 국장(3급)이 임명됐다. 본청에서 자치구 부구청장으로 자리를 옮긴 간부는 이정관 복지건강본부장(2급)을 비롯해 7명이며 부구청장 6명이 시 본청 및 산하기관으로 발령났다.
박 시장은 29일 기자들과의 송년 간담회에서 “인사 청탁이 실제로 있었고 거절하면 인간적으로 비난받을 수 있을 만큼 압박이 있었지만 이번 인사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부 공무원은 이번 인사에서 김상범 행정1부시장과 문승국 행정2부시장 사이의 ‘자기 사람 늘리기’ 경쟁이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서울시 관계자는 “혁신과 변화를 명분으로 행정직과 기술직 간의 자리싸움만 벌어져 앞으로 능력보다는 줄 서기에 급급한 공무원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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