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인의 잡학사전]‘카탈루냐’는 왜 그렇게 독립을 원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7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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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탈루냐 독립 염원을 담은 바르셀로나 길거리 낙서. 바르셀로나=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카탈루냐 독립 염원을 담은 바르셀로나 길거리 낙서. 바르셀로나=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카탈루냐에 또 한번 독립운동이 불붙었습니다. 스페인 카탈루냐 자치 지방(comunidad aut¤noma) 의회는 6일(현지시간) 11시간에 걸친 논쟁 끝에 주민투표법을 통과시켰습니다. 이에 따라 카탈루냐 사람들은 10월 1일 분리독립에 대한 찬반을 묻는 주민 투표를 진행할 수 있게 됐죠.

스페인 헌법재판소는 2014년 분리독립 투표 때 이미 ‘카탈루냐 독립은 위헌’이라고 선언한 상태. 이번에 찬성표가 더 많이 나온다고 해도 실제로 독립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그래도 찬성표가 더 많이 나오면 정치적인 명분을 얻을 수 있고, 이를 토대로 카탈루냐 지방에서 중앙 정부에 자치권을 더 많이 요구할 수 있게 될 겁니다.

그런데 도대체 카탈루냐주 지방은 왜 이렇게 스페인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할까요?

스페인 북동부에 있는 카탈루냐 지방은 아라곤 왕국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반면 수도 마드리드를 중심으로 한 중남부는 카스티야 왕국이었습니다. 그러다가 1469년 아라곤 왕 페르난도와 카스티야 여왕 이사벨이 결혼하면서 현재 스페인의 토대를 마련하게 됩니다.




이 결혼동맹은 ‘왕가의 사정’이었을 뿐 민초들은 이후에도 자치권을 인정받은 상태로 서로 다른 정체성을 지닌 채 살았습니다. 문제는 줄을 잘못 섰다는 것. 스페인에서는 1701~14년 왕위 계승 전쟁이 일어났는데 카탈루냐는 왕이 되지 못한 쪽 편을 들었습니다. 전쟁에서 승리해 왕이 된 펠리페 5세는 1716년 카탈루냐 지방을 주(州)로 강등시켰죠.

스페인의 독재자 프란스시코 프랑코(1892~1975). 동아일보DB.
스페인의 독재자 프란스시코 프랑코(1892~1975). 동아일보DB.

그렇게 스페인 일원으로 자리 잡나 싶던 카탈루냐 지방에서 다시 분리주의 움직임이 일게 된 건 민족주의 바람이 휘몰아친 20세기 초반이었습니다. 그러다 1938년부터 1975년까지 독재 권력을 휘두른 프란시스코 프랑코 총통이 지역 문화를 탄압하면서 독립 열망이 더욱 커지게 됐죠. 당시 카탈루냐 사람들은 길거리에서 자연스럽게 모국어(카탈루냐어)로 대화를 주고받았다는 이유만으로 헌병대에 끌려가기까지 했습니다. 프랑코가 세상을 떠난 뒤 카탈루냐는 다시 자치권을 얻었지만 한번 떠난 마음이 쉽게 돌아올 리가 있나요?

마음이 떠났으면 이제 돈 문제가 따라올 차례. 카탈루냐는 지난해 지역총생산(GRP) 2236억2900만 유로(약 301조6286억 원)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스페인 국내총생산(GDP) 1조1138억5100만 유로 중 5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 스페인을 구성하는 17개 자치 지방 중 1위에 해당합니다. 당연히 세금도 그만큼 많이 내겠죠. 카탈루냐 사람들은 자기들이 낸 세금을 중앙 정부에서 카스티야 지방이나 상대적으로 빈곤한 남부 지방에만 쓰고 있다며 불만이 많습니다.

‘카탈루냐는 스페인이 아니다’라고 쓴 펼침막을 내건 FC바르셀로나 팬들. 트위터 캡처.
‘카탈루냐는 스페인이 아니다’라고 쓴 펼침막을 내건 FC바르셀로나 팬들. 트위터 캡처.

유럽에서는 카탈루냐 이외에도 분리 독립을 꿈꾸는 지역이 적지 않습니다. 스페인 안에서는 카탈루냐뿐 아니라 바스크도 독립을 원하고 있습니다. 바스크 사람들 역시 프랑크 독재 정권에 시달렸고, 무장 단체 ETA(바스크 조국과 자유)가 최근까지도 계속 독립 투쟁을 벌였습니다.



스코틀랜드 역시 카탈루냐 못지 않게 독립 열망이 큰 곳으로 유명합니다. 소설 ‘플랜더스의 개’로 친숙한 플라망(네덜란드어로 플란데런) 지방도 벨기에로부터 독립을 원하고 있습니다. 정확하게는 남부 왈롱 지방과 서로 떨어지고 싶어하는 겁니다. 벨기에는 네덜란드어를 쓰는 플라망 지방과 프랑스어를 쓰는 왈롱 지방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플라망 지방을 분리 독립을, 왈롱 지방은 프랑스에서 합병하기를 희망하고 있죠.

독일 바이에른 주는 텔레비전에서 독일 국가보다 바이에른 주가(州歌)를 먼저 연주할 정도로 지역색이 강합니다. 여기도 문제는 역시 돈. 당장 독일 연방 탈퇴 선언을 할 확률은 희박하지만 매년 자기들이 낸 세금 중 40억 유로(약 5조3990억 원) 정도를 가난한 지역에 지원하는 데 불만은 많은 상태입니다. 바이에른 주 정부는 독일(.de)과 별도로 인터넷 도메인(.bayern)도 마련한 상태입니다.

이탈리아 역시 상대적으로 더 잘사는 북부가 불만입니다. 롬바르디아 주는 자기들만 별도 독립하는 게 아니라 아예 이탈리아 북부 연맹을 따로 만들자고 제안할 정도입니다. 롬바르디아주 동쪽에 있는 있는 베네토 주에서도 비슷한 목소리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습니다. 베테노 주는 베네치아가 있는 곳입니다. 볼차노현도 이탈리아 북부에 자리 잡고 있지만 사정은 조금 다릅니다. 독일어 구사자가 75% 이상인 이 지역은 원래 오스트리아 영토였고, 다시 오스트리아로 돌아가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지중해 있는 섬 코르시카는 지리적으로 프랑스보다 이탈리아에 더 가깝고, 1767년까지는 제노바 공화국 영토였습니다. 그때부터 이 지역 사람들이 하도 반란을 많이 일으켜 제노바에서 프랑스에 넘기는(팔아버린) 바람에 프랑스령이 됐습니다. 이후 나폴레옹을 배출하면서 정서적으로 프랑스의 일원이 됐지만, 다시금 독립을 주장하는 이들이 고개를 들고 있죠.

2008년 세르비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코소보는 현재 100개가 넘는 나라에서 독립국으로 승인한 사실상 독립 국가입니다. 단, 세르비아는 물론이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 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이 독립을 인정하지 않아 아직 유엔에는 가입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몰도바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자리 잡은 트란스니스트리아는 1991년 옛 소련 붕괴 때 몰도바로부터 독립을 선언했습니다. 그 후 대통령을 뽑는 등 정부를 꾸려 사실상 독립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원래 이 지역 사람들은 몰도바에서 독립하면 러시아에서 합병해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러시아에서도 트란스니스트리아를 정식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몰도바는 공식적으로 이 나라를 자국 안에 있는 자치 국가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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