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인의 잡학사전]‘색각 이상자’ 눈에 비친 세상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0일 18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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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고용한 미대생 알바(아르바이트)가 심상치 않다’는 글이 인터넷에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이 사진에는 슈퍼마켓에서 아르바이트하는 미대생이 과자를 색깔별로 정리한 진열대가 담겨 있습니다. ‘묘한 안정감을 준다’는 게 누리꾼들 평가.

그런데 모두가 이런 색깔을 볼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학창시절 과학 시간에 배웠고, 어른이 되어서도 건강검진을 받을 때마다 검사 받는 것처럼 색맹 또는 색약이라고 해서 색깔을 남들하고 다르게 받아들이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그러면 이런 분들 눈에는 맨 처음에 슈퍼마켓 진열대가 어떻게 보일까요? 이렇게 보입니다.



아래 그림 같은 색각 이상 테스트 많이들 받아보셨을 겁니다. 25, 29, 45, 56, 6, 8이라고 쓴 왼쪽 숫자를 읽으실 수 있는 분이 대부분이지만 200명 중 1명꼴로 이 그림이 오른쪽처럼 보인다고 합니다.



색약 또는 색맹은 망막에 있는 원추세포라는 녀석이 제 구실을 하지 못해 생기는 증상입니다. 원추세포는 다시 세 종류로 나뉘는데 각각 빨강(적색), 녹색, 파랑(청색)을 구분하는 구실을 합니다. 어떤 세포가 색깔에 반응하지 못하는지에 따라 같은 색깔이 다르게 보입니다.

방송인 중에서는 신동엽 씨가 여러 번 색약이라는 사실을 고백한 적이 있습니다. 신 씨는 얼마 전 방송에서 “색깔에 대한 개념이 일반 사람들하고 조금 다르다. 그래서 세상에서 제일 이해가 안 가는 게 단풍 구경이다. 내 눈에는 단풍이 지저분해 보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아래 사진을 보면 어쩐지 이해가 가기도 하는 발언입니다.



신문은 글씨 위주라 별 차이가 없을 것 같지만 사진에 들어간 색깔이 다르게 보이는 것까지 막지는 못합니다. 아래 사진은 오늘자 동아일보 1면을 색맹 종류에 따라 구분한 겁니다.



색깔이 다양한 실제 풍경뿐 아니라 비교적 단순한 색을 쓰는 애니메이션도 색맹 또는 색약이 있으면 아래 사진처럼 다르게 보입니다.



지금까지 나온 사진은 해당 색깔을 완전히 볼 수 없는 걸 가정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개인마다 색깔이 어떻게 보이는지 추정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같은 색약도 개인차가 큽니다. 만화가 이현세 씨도 색약인데요, 색약이라는 사실을 알기 전에 색감이 독특하다는 평을 많이 들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겁니다.



흔히들 생각하시는 것과 반대로 남들하고 색깔을 다르게 본다고 자동차 운전면허를 딸 수 없는 건 아닙니다. 실제 신호등을 보고 색을 맞출 수만 있으면 면허증을 받는 데 아무 지장이 없습니다. 또 색깔을 다르게 보는 분들 중에는 색깔 구분을 더 잘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보는 것보다 색을 더 여러 단계로 구분할 수 있는 겁니다. 이를 근거로 “색각 이상은 진화의 산물”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많죠.

진화의 산물이든 세포 이상이든 똑같은 색을 다르게 보는 이들도 200명 중 1명 정도는 있어야 사회가 좀 더 풍요로워지지 않을까요? 남들하고 색깔을 다르게 보는 사람들보다 생각에 색안경을 끼고 남을 멋대로 재단하는 이들이 훨씬 더 문제 있는 분들일 테니 말입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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