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법의 재발견]<28>상식과 엽기의 차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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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미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
김남미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
●할머니 뼈해장국 vs 할머니뼈 해장국

한국어를 처음 배우는 외국인들을 놀라게 하는 간판이 있다 한다.

아줌마내장탕 엄마손칼국수 할머니뼈해장국

우스갯소리에 자주 활용되는 소재다. 이런 간판 이름이 개그 소재가 될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해석하기에 따라 아주 무서운 내용이 되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세 개 이상이 연결되면 이들 중에는 더 가까운 것이 있게 마련이다. 더 가까운 것과 덜 가까운 것의 관계를 잘못 파악하면 아예 다른 해석이 나온다. 예를 보면서 무슨 뜻인지를 확인해 보자. 앞서 본 간판 이름들 안의 원래 관계는 아래와 같다. [ ] 표시는 셋 중 더 가까운 것을 묶어 보인 것이다.


아줌마 [내장탕] → 우스개: [아줌마내장] 탕
엄마 [손칼국수]
우스개: [엄마손] 칼국수
할머니 [뼈해장국]
우스개: [할머니뼈] 해장국

우스갯소리에서는 이 관계를 달리함으로써 원래 의미와는 전혀 다른 엽기적인 해석을 끌어낸 것이다. 아줌마가 운영하는 ‘내장탕집’이라는 원래 의미가 이상한 것을 재료로 하는 식당이 되어 버리질 않았는가? 문제는 이런 사례들이 개그가 아닌 실제에서도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래 예들을 띄어 써 보자.

서울시어머니합창단 오늘밤나무를심는다.

이 예들은 모두 중등 교과서에 나오는 예문으로 띄어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려 활용한 것들이다. 띄어쓰기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자.

서울시어머니합창단(×) 서울시 어머니 합창단(○)
오늘밤 나무를 심는다.(×)
오늘 밤나무를 심는다.(○)

띄어쓰기 하나로 뜻이 전혀 달라지는 것이 분명해진다. ‘어머니 합창단’이 뜬금없이 ‘시어머니 합창단’으로 돌변한다. 누군가는 밤에 나무를 심을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그렇게 일반적인 일은 아니다. 만일 그런 일이 있다면 ‘오늘밤’을 묶어 생각할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이 지점에서 띄어쓰기가 더 중요해진다. 밤에 나무를 심는 경우에도 ‘오늘’과 ‘밤’은 띄어 적어야 한다. ‘오늘밤’은 하나의 단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띄어쓰기 하나로 문장의 의미가 이렇게도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오류를 막기 위한 장치가 띄어쓰기다. 우리가 글을 쓰는 목적은 다양할 수 있다. 우리가 어떤 목적에서 글을 쓰든 간에 일단 의미 전달을 제대로 해야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직무를 위해 작성하는 문서에서는 더욱 그렇다. 전달하려는 바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해야 그 문서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맞춤법을 지키는 것은 공식적인 글을 쓰는 데 지켜야 할 예의다.
 
김남미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
#할머니뼈 해장국#띄어쓰기#외국인들을 놀라게 하는 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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