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알카에다 탄생, 9·11테러 뒤엔… ‘딥 스테이트’ 파키스탄 정보부

이세형기자 입력 2018-03-24 03:00수정 2018-03-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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政情불안 파키스탄 최고권력기관, 빈라덴 지원 이어 은신에도 연루
“美에 가장 큰 전략적 실패 안겨줘”
딥 스테이트(Deep State·숨은 권력집단), 정부 위의 정부….

파키스탄 정보부(ISI)를 표현하는 말은 다양하다. ISI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정보기관 중 하나로 꼽힌다. 탈레반과 알카에다의 탄생과 성장, 카슈미르 분쟁, 9·11테러 주범 오사마 빈라덴 은신 등 ‘세계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사건과 모두 깊은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ISI는 쿠데타가 잦고, 리더십도 불안한 파키스탄에서 가장 강력한 플레이어로 꼽히며 실질적인 국정 운영의 최고 권력기관이었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연구센터장은 “강대국이 아닌 나라의 정보기관 중 ISI만큼 국제적으로 명성을 떨치는 곳도 없다”며 “미국 중앙정보국(CIA)도 ISI를 만만하게 보지 못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은 ISI로 인해 심각한 어려움을 겪어 왔다. 1979년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을 때 ISI가 ‘외세 대응’ 차원에서 키운 무자헤딘(당시 소련에 대항해 무장투쟁을 했던 이슬람 전사들) 중 많은 수는 전쟁 뒤 탈레반과 알카에다 같은 극단주의 세력에 합류했다. 또 이들은 시간이 흐른 뒤 9·11테러와 이슬람국가(IS) 탄생 등에도 일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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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WP)의 중동 문제 기자로 활동했고 현재는 컬럼비아대 저널리즘스쿨의 교수인 스티브 콜은 최근 펴낸 책 ‘S 부서’(ISI 내 비밀조직을 의미)에서 “ISI와 얽힌 문제를 제대로 못 풀고, 이들이 아프간전쟁(9·11테러 뒤 미국이 진행한 보복 전쟁)에 개입하는 것을 막지 못한 건 미국이 경험한 전쟁에서 가장 큰 전략적 실패였다”고 지적했다.

ISI는 미국이 빈라덴 추적에 공을 들이던 시기에도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심지어 ISI는 빈라덴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했고 은신하는 데 도움을 준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미국도 2011년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에 숨어 지내던 빈라덴을 사살하기 위해 특수부대를 투입하는 작전을 진행할 때 파키스탄 측에 통보하지 않았을 만큼 불신이 깊다.

지난해 8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아프간전쟁에 적극적인 개입을 강조하는 이른바 ‘신아프간 전략’을 발표할 때 파키스탄에 노골적인 경고 메시지를 전달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새로운 전략의 한 축은 파키스탄에 대한 접근법을 바꾸는 것이다”라며 “더 이상 파키스탄이 테러 조직의 피난처가 되는 것을 지켜보지 않겠다”고 말했다. 파키스탄은 최근 뚜렷한 ‘친(親)중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장 센터장은 “현재 같은 미국과 파키스탄 관계가 지속되면 서남아 안보 구도는 미국과 인도, 중국과 파키스탄이 이끄는 진영으로 나눠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파키스탄#isi#딥 스테이트#빈라덴#탈레반#알카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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