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대한민국이 뛴다]<2>캄보디아 농촌개발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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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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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판 새마을운동’ 이모작 가능한 富村 만들었다

KOICA ‘캄퐁참 개조작전’
2008년 11억원 농촌에 투입
도로 다지고 관개수로 정비
마을회관 지어 단합도 꾀해

소득 30%이상 증가
농기계 지원받아 작황 쑥쑥
펌프 생기니배앓이 없어져
교사수입 3배 되는 농가도

길 정비 지도하는 KOICA 
한국국제협력단(KOICA) 봉사요원(모자 쓴 사람)이 캄퐁참의 마을길 정비작업을 벌이면서 작업 요령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 캄보디아 KOICA 사무소
길 정비 지도하는 KOICA
한국국제협력단(KOICA) 봉사요원(모자 쓴 사람)이 캄퐁참의 마을길 정비작업을 벌이면서 작업 요령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 캄보디아 KOICA 사무소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을 벗어나 국도에 들어서자마자 승합차가 몹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도로는 아스팔트 포장이 돼 있었지만 곳곳이 깊게 파이고 돌과 흙으로 덮인 곳이 많아 비포장이나 다름없었다. 주변 농가에서 키우는 소들이 길을 막아 한참 동안 기다리기도 했다. 프놈펜에서 불과 50여 km 떨어진 캄퐁참 도(道) 바테이 군(郡) 타바익 마을에 도착하는 데는 1시간 40분이 걸렸다.

마을 입구에 도착한 운전사는 큰 길에서 마을까지 2km 비포장길을 더 가야 한다고 말했다. ‘국도가 이 모양인데 마을길은 얼마나 더 엉망일까.’ 마을 입구를 알리는 조형물을 지나 마을로 들어섰다. 이상했다. 분명 비포장인데도 차량의 덜컹거림은 국도보다 훨씬 덜했다. 길도 일직선으로 곧게 뻗어 있었다. 안내를 맡은 캄보디아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현지인 직원은 “KOICA가 마을길을 정비해줬다”며 “이전에는 비만 오면 길이 진흙투성이로 변했지만 지금은 다르다”고 말했다.

잘 다져진 마을길을 걷는 동안 어디선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웃음소리를 따라가 보니 더위에 지친 아이들이 우물 주변에서 물을 끼얹으며 물장난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 몇 명이 힘을 모아 핸드펌프를 위아래로 움직이자 물이 쏟아졌다. 아이들은 쏟아지는 물에 입을 대고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KOICA가 한국농촌공사(KRC)와 함께 타바익 마을을 포함해 바테이 군의 3개 마을에 농촌개발사업을 벌이면서 곳곳에 우물을 판 덕분이었다. 위생적인 물 관리를 위해 땅속에 물탱크를 묻고 땅 위에 핸드펌프를 달아 물을 쉽게 끌어 쓸 수 있도록 했다. 그전엔 아이들이 더러운 물을 마셔 만성 배탈을 앓았다고 한다.

캄보디아 농촌마을의 가옥은 대부분 나무로 만든 2층 집이다. 더운 날씨 탓에 1층은 바람이 잘 통하도록 비워두고 2층에 방과 거실, 부엌 등을 두는 구조다. 1층 평상 위에서 어린 두 딸과 함께 대나무 공예품을 만들고 있던 남 리읍 씨(32·여)에게 ‘KOICA의 농촌개발사업으로 좋아진 점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수입이 많이 늘었어요. 월수입이 150달러나 됩니다. KOICA의 지원 덕분에 쟁기기계를 시중 가격의 60% 수준으로 싸게 빌려 쓸 수 있고 버섯 농사도 짓게 됐거든요.” 캄보디아 교사의 월수입이 50달러 정도인 것에 비하면 남 리읍 씨 가정은 고소득 농가인 셈이다.

타바익 마을과 인접한 쫑 마을로 이동했다. 멀리 마을 한가운데 제법 규모가 큰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KOICA가 지어준 마을회관이었다. 마을회관에는 민 몬 이장(52)과 풋 꿍 부이장(51·여) 등이 모여 있었다. 2층짜리 마을회관의 1층은 KOICA가 지원해준 농기계를 보관하는 곳으로, 2층은 주민들의 회합 장소로 사용되고 있었다. 풋 꿍 부이장은 “주민 소득이 30% 이상 늘어나 부촌(富村)이 됐다”고 말했다.

마을회관 앞 100m 정도 떨어진 곳에 확연히 차이가 나는 두 개의 논이 눈에 띄었다. 한쪽 논에는 벼가 빼곡히 차 있었지만 다른 쪽 논은 텅 비어 있었다. 민 몬 이장은 “빼곡히 차 있는 논이 우리 마을 논이고, 텅 빈 논이 옆 마을 논”이라며 “우물을 파고 관개수로를 정비한 덕분에 우리 마을만 이모작이 가능하다. KOICA의 지원을 받지 못한 다른 마을은 1년에 한 번밖에 벼농사를 짓지 못 한다”고 말했다.

KOICA와 KRC는 2007년 12월부터 2008년 11월까지 94만 달러(약 11억2000만 원)를 들여 캄보디아 농촌개발부와 함께 ‘캄보디아판 새마을운동’으로 불리는 캄퐁참 농촌개발사업을 벌였다. 대상 마을은 타바익, 쫑, 스퉁추벵 마을. 세 마을에는 각각 270∼320여 가구, 1100∼1700여 명의 주민이 대부분 쌀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김병관 캄보디아 KOICA 사무소장은 “캄보디아 농촌개발사업은 농촌개발 전략과 정책을 수립해 주고 이를 실천으로 옮기는 사업”이라며 “1차로 3개 시범마을에 대한 지원을 완료했고, 앞으론 지역 특성에 맞는 시범마을을 선정해 전국적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KOICA는 2009년 10월 캄보디아에 적합한 ‘농촌개발 전략 및 정책 보고서’를 만들어 캄보디아 정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KOICA는 1991년부터 2008년까지 모두 4600만 달러(약 552억 원) 규모의 각종 원조를 캄보디아에 제공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지원 규모를 대폭 확대해 2008년에는 KOICA가 지원하는 해외 국가 중 캄보디아가 총 지원 규모 1위를 차지했다.


캄퐁참=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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