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 GREEN]<7>환경을 생각하는 녹색소비

  • 입력 2009년 9월 30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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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박지선 씨는 “제가 지구를 웃기는 방법은 탄소 배출이 적은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박영대 기자  ☞ 사진 더 보기
▲28일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박지선 씨는 “제가 지구를 웃기는 방법은 탄소 배출이 적은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박영대 기자 ☞ 사진 더 보기
걷고… 버스 타고… 과자 안먹고… “친환경 생활, 참 쉽죠∼잉”

‘뚜벅이’ 개그우먼 박지선 씨
주말엔 자전거 타고 방송국 출근
화장품 안쓰니 피부도 좋아져
면옷 입고 음식은 안 남깁니다

“친환경 소비는 가능하면 덜 쓰고, 꼭 써야 한다면 탄소배출이 적은 제품을 쓰는 거죠. 친환경 소비, 참 쉽죠∼잉?”

검은 배낭을 메고 이어폰을 낀 개그우먼 박지선 씨(25)가 뚜벅뚜벅 걸어 들어왔다. 버스가 막혀 조금 늦었다고 했다. 여느 연예인들처럼 검은색으로 윈도 틴팅(선팅)된 차를 타고 매니저와 함께 오지 않을까 했지만 28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 씨는 혼자였다.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니고 먼 거리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매일 건강에도 좋은 친환경 소비를 실천한다.

버스를 타면 사람들이 알아봐서 불편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박 씨는 “저 운전면허를 딸 생각도 없어요”라고 답했다. 데뷔한 지 2년이 넘었지만 서울 구로구 개봉동 집에서 여의도 방송국까지 1시간 정도의 거리를 늘 버스를 타고 출근한다. 사람과 거리 구경을 하다 보면 지루한 줄 모른다.

“1주일에 한 번은 방송국에서 집까지 걸어가요. 2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를 음악을 들으면서 터벅터벅 걷는 거죠. 운동도 되고 아이디어도 떠올리고 탄소배출도 줄일 수 있으니 일석삼조(一石三鳥) 아닌가요.”

주말에 자전거를 타고 한강변을 달려 방송국에 왔다가 버스를 타고 집에 가기도 한다. 4년 전 서울로 이사한 박 씨는 “아는 길은 한강변 자전거 도로뿐”이라고 말했다. 1km 이동할 때 자동차는 210g의 탄소를 배출하지만 버스는 약 10분의 1인 27.7g만 배출한다. 자전거 타기나 걷기는 1g의 탄소도 배출하지 않는다. 고려대에 재학 중인 박 씨는 “녹화가 끝나고 수업시간에 맞춰 학교에 가려면 가끔 택시를 탄다”며 “그런 날은 가능하면 집에 걸어가려 한다”고 말했다. 그날의 탄소배출량을 줄이려는 노력이다.

박 씨가 이렇게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학창시절에 예민한 피부로 몹시 고생을 하고 나서다. 피부과 치료를 받아 보았지만 상태는 더 악화됐다. 울긋불긋해지고 가려운 피부 때문에 외출을 꺼릴 정도였다. 지금도 음식을 잘못 먹거나 햇볕을 오래 쬐면 피부가 탈이 나기 때문에 조심하고 있다.

피부과 치료를 받으면서 한약도 먹고, 좋다는 화장품도 다 써 봤다. 어느 순간 피부는 한순간에 낫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모든 치료를 접고 물세수만 하다 보니 시간은 좀 걸리지만 피부가 자연스럽게 회복됐다.

“피부에 트러블이 생겼을 때 모두 빨리 빨리 치료하려고 해요. 근데 가만히 놔두면 피부가 자연스럽게 치유되더라고요. 지금도 완치된 것은 아니지만 가능한 한 피부에 자극을 주지 않으면 괜찮아요. 뭐든지 많이 쓰는 것보다 덜 쓰는 게 좋다는 것을 그때 배웠죠.”

박 씨는 화장품을 전혀 바르지 않는다. 스킨, 로션 같은 기초화장품도 쓰지 않는다. TV에 출연하면서 한 번도 분장을 한 적이 없다. 분장을 하면 바로 피부에 트러블이 생긴다.

“지구가 몸살을 앓는 것도 그런 것 아닐까요. 사람들이 빠르고 편리한 것만 선호하다 보니 환경을 파괴하는 거죠.”

과자, 라면 같은 인스턴트식품을 먹어도 피부가 탈이 나서 군것질도 잘 하지 않는다. 기름에 튀긴 음식도 먹지 않는다. 고기는 구워 먹거나 삶아 먹는다.

박 씨의 친환경 식생활이 가능한 것은 부모님 덕분이다. 일찍 사회생활을 하느라고 제대로 먹지 못하는 딸을 위해 아버지는 텃밭에 농사를 짓기 시작하셨다. 농약을 적게 치고 상추, 배추, 감자, 버섯, 토마토를 키우신다. 박 씨 식탁에는 아버지가 키우신 야채로 가득하다. 어머니는 조미료 대신 바짝 말린 표고버섯을 가루로 만들어 양념을 하신다.

“전에는 농사일도 많이 도와 드렸는데 요즘에는 바빠서 거의 못 도와 드려요. 대신 더 맛있게 먹고 있죠. 겨울에 고구마와 옥수수를 구워 먹으면 정말 맛있어요. 방울토마토는 간식으로도 싸 가지고 다니면서 먹고요.”

과자 한 봉지를 만드는 데는 탄소 250g이 배출된다. 박 씨는 친환경 농산물을 먹는 식습관만으로도 탄소 배출을 줄인다. 또 친환경 농산물 소비가 늘어나면 그만큼 농약을 덜 쓰게 되고 화학비료를 아예 쓰지 않는 친환경 농법도 자연스럽게 확산되기 마련이다.

“얼마 전에 치킨 광고 섭외가 들어왔는데 거절했어요. 제가 못 먹는데 광고를 하려니 전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해야 하잖아요.”

까끌까끌한 털이나 합성섬유가 피부에 좋지 않아 면 소재 옷을 주로 입는다는 박 씨는 “그런데 면 재배에 농약이 많이 사용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티셔츠 한 장 분량의 면을 재배하는 데 150g의 농약이 사용되고, 전 세계적으로 식물에 사용되는 살충제의 25%가 면 재배에 사용된다는 연구도 있다.

박 씨는 “대신 옷을 한 번 사면 오래 입는 편이에요. 요즘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이 유행하면서 옷 생산량이 늘다 보니 탄소배출량도 증가하고, 쉽게 버리니까 폐기물 공해도 심각하다고 들었어요. 슬로∼슬로∼ 전 느린 게 좋아요.”

식사와 함께 진행된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박 씨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기자에게 “친환경 기사를 쓰신다면서 왜 음식을 남기세요.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데 탄소가 얼마나 많이 배출되는데…”라며 마저 먹을 것을 권유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할 때 배출되는 탄소 양을 계산해 봤다. 음식물 쓰레기 양보다 많은 kg당 1.06kg이었다. 박 씨의 말대로 생활 속에서 친환경 소비를 실천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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