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문화&사람]<4>용인 둥지만화박물관 하고명 관장

  • 입력 2007년 12월 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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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고탁, 황금가면, 코주부, 고바우 영감….

이름만 들어도 얼굴이 떠오르는 만화 주인공들이다.

1일 오후 경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죽능리 ‘둥지골’의 둥지만화박물관.

아빠 손을 잡고 이곳을 찾은 한 꼬마는 만화책 표지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부부는 독고탁, 까치가 그려진 빛바랜 만화책들 앞에 섰다. 여기서 만난 사람들의 얼굴은 대부분 엄마의 눈을 피해 만홧가게를 드나들던 소년기로 돌아가 있었다.

하고명(68) 관장은 40여 년간 국내외 만화와 관련 자료를 모아 2002년 이 박물관을 열었다. 그는 1960, 70년대 ‘배짱 좋은 소년’, ‘외톨박이’ 등을 그린 원로 만화가다.

○코주부에서 까치까지

“김용환 선생님은 코주부라는 한국적 만화 캐릭터를 선보였습니다. 만화의 대중화를 이끄신 분이죠.” 하 관장은 한국만화의 선구자인 김용환(1912∼1998) 화백 얘기를 먼저 꺼냈다.

이어 ‘고바우 영감’의 김성환(75) 화백, ‘철방구리’의 고 이재화 화백 등 1950∼70년대를 주름잡았던 작가들을 소개했다.

이상무 강철수 허영만 이현세 등은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한국 만화계를 이끌어 가고 있는 작가. 최근 방송 드라마로도 제작돼 인기를 끈 ‘쩐의 전쟁’은 하 관장의 제자인 박인권(53) 화백의 작품이다.

이 박물관에 있는 만화책과 관련 자료는 5만여 점. 5t 트럭 6대 분량을 웃돈다. 이 중 전시된 것은 2000여 점.

그는 “처음에는 재미 삼아 만화를 모으기 시작했다”며 “하지만 뛰어난 작품을 많이 보다 보니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더 많은 만화를 수집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 관장은 1980년대 중반 만화 출판에도 뛰어들었다. 이때부터 작가들에게 부탁해 만화 원고를 수집했고 희귀 자료라면 돈을 아끼지 않았다

○만화 원고 2000여 점 보관

하 관장은 “만화는 사회상을 잘 나타내는 ‘역사적 기록’”이라고 강조했다.

이승만 대통령의 일대기를 그린 ‘이 대통령 투쟁약사’(1952년), 학생 종합잡지인 ‘학생계’ 창간호(1954년 4월) 등은 이 박물관이 보유한 대표적 희귀 자료다.

그가 가장 아끼는 보물은 4층 수장고에 있다. 이곳에는 전시되지 않은 만화책들과 함께 2000여 점의 만화 원고가 보관돼 있다. 만화가들이 직접 그린 만화 원본이다.

귀한 작품과 자료를 한곳에 모았지만 하 관장은 아쉬움이 많다고 했다. 전시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은 자료들을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굳이 박물관에 오지 않더라도 인터넷을 통해 자료들을 볼 수 있도록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3색(三色) 박물관이 한자리에

서예미술박물관과 생활사박물관이 만화박물관에 바로 붙어 있다.

1998년 서예미술박물관이 둥지골에 문을 연 뒤 2002년 바로 옆에 만화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2004년에는 경기 고양시에 있던 생활사박물관이 이곳으로 이전했다. 이 박물관 3곳은 ‘둥지박물관’이라는 이름으로 공동 마케팅을 하고 있다.

생활사박물관에는 1895년 스웨덴에서 제작된 전화기 등 국내외에서 만들어진 전화기, TV, 라디오, 술병 등 근현대 생활용품 수만 점이 전시되어 있다.

○주변 가 볼 만한 곳

둥지박물관에서 차로 15분 정도 가면 ‘한택식물원’이 나온다. 8000여 종의 나무 꽃 풀 등이 65만 m²의 땅에 심어져 있다.

‘부처님 박물관’으로 불리는 와우정사도 차로 15∼20분 거리다. 대한불교 열반종의 본산인 이곳에는 길이 12m, 높이 3m의 와불상(누워 있는 불상)과 석가모니 고행상(苦行像) 등 3000여 점의 세계 각국 불상이 전시돼 있다. 지난해 5월 문을 연 농촌체험공간 ‘우리랜드’도 박물관에서 차로 10여 분이면 갈 수 있다.

용인=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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