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클리닉]고교생/친일파 재산권

  • 입력 2005년 11월 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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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교생 논술 주제

최근 친일파의 재산을 그 후손이 되찾으려는 소송이 종종 제기되고 있다. 조상이 매국의 대가로 치부한 재산에 대해 후손이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국민 감정상 받아들이기 어려워 권리를 인정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반면 국민 감정을 내세워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은 법치국가의 이념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이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800자 내외로 논술하시오.

■ 학생글 - 김백순 강원 춘천고 2학년

최근 ①친일파의 후손들이 그들의 조상이 쌓은 재산을 돌려받는 소송에서 잇따라 승소하였다. 이에 따라 친일파가 매국의 대가로 쌓은 정당치 못한 재산권을 보호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다. 시민단체와 ②국민들은 이들의 권리행사에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법원에서는 법률 불소급의 원칙만을 내세워 이들의 권리행사를 ③옹호하고 있다. ④과연 법의 안정성만을 이유로 친일파 후손의 권리행사를 용인해도 되는 것인가?

법은 ②국민들의 정당한 권리행사를 보장하는 기능을 가진다. ⑤특히 재산권 같은 경우, 공공복리에 어긋나거나 심히 부당한 성격을 띤 재산권에는 제한을 가할 수 있다는 헌법 조항이 있다. 이런 점에서 친일파가 나라를 팔아먹으면서 챙긴 재산과 이에 대한 권리는 ⑥보호할 대상이 될 수 없다. 이는 정의를 이념으로 삼는 법의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또한 친일파 후손의 권리행사는 대다수 국민의 정서에 반하고, 법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에 대해 의문스럽게 한다. 이는 이들의 권리행사가 현대 사회의 애국적 가치관과 부합하는 합목적성을 지니지 못했다는 것을 나타낸다.

정의와 합목적성, 이 두 가지 법의 이념과 전혀 부합하지 않는 이들의 권리행사가 법의 형식적 원칙만을 내세우는 안이한 대처로 인해 보호받는 일이 없어야 한다. 만약 이들의 권리행사가 용인된다면 법은 대다수 국민의 지지를 잃게 된다. 이는 법이 사회구성원들의 동의를 얻어 형성된 일종의 사회규범으로 볼 때, 법이 존립하는 근거 자체를 송두리째 흔들 수 있다. 친일파의 권리까지 옹호하면서 지키려 하는 법적 안정성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는 것이다. 사법당국은 하루라도 빨리 친일파 후손들의 소송을 기각시켜 ⑦모든 법 집행의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

■ 첨삭지도

① 관형격 조사 ‘의’와 주격 조사 ‘이’를 반복 사용해 문장이 자연스럽지 못하다. 조사는 문장에서 단어와 단어 또는 절(節)과 절의 관계를 나타내는 관계사의 역할과 문법적인 기능을 하기 때문에 잘못 사용하면 문장이 어색해진다. ‘최근 친일파 후손들은 그들 조상이 쌓은 재산을 돌려받기 위한 소송에서 잇따라 승소하고 있다’로 고치자.

② ‘국민’과 같은 집합명사에 복수접미사 ‘들’을 결합시키는 것은 군더더기 표현이다. 이외에도 ‘우리’ ‘대중’ ‘군중’ ‘무리’는 그 자체가 복수의 뜻을 나타내는 말이다.

③ 법원은 법리적 해석을 내렸을 뿐이지 주관적 판단의 의미인 ‘옹호’했다고까지 볼 수 없다. 다음 문장에서 사용한 ‘용인’ 정도가 옳은 표현이다.

④ 문장의 주성분인 주어가 빠져 의미가 불분명하다. 주어, 서술어, 목적어, 보어가 문장에서 빠지면 불완전한 문장이 된다. 주어가 ‘법원’인지 ‘우리 사회’인지에 따라 문장의 의미는 달라질 수 있다.

⑤ 다음에 나올 자신의 주장에 대한 뒷받침 근거를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매우 우수한 표현이다. 논술문에서 타당한 근거를 제시하면 설득력을 높일 수 있다.

⑥ 지나친 단정적 표현은 감정적 표현으로 보일 수 있으므로 자제해야 한다. ‘보호할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정도가 좋다.

⑦ ‘모든 법 집행의 본보기’라고 표현하는 것은 ‘의도 확대의 오류’로 볼 수 있다. 강조의 의미로 사용하기 위해 지나친 표현을 사용하면 오히려 문장이 어색해진다. 본인이 앞서 근거로 내세운 정의와 합목적성 중에 ‘정의’를 사용해 ‘정의로운 법 집행의 본보기’로 고치자.

■ 총평 - 감정-주관에 호소하기보다는 논리로 설득

우리나라는 일제강점 36년이라는 아픈 역사를 갖고 있는 나라이다. 그래서 일본에 관련한 내용이라면 감정적으로 표현할 때가 많다. 이번 논제에서도 많은 학생이 구체적 근거와 논리성을 가지고 서술하기보다는 감정적으로 표현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김백순 학생은 ‘헌법 조항’ ‘정의’ ‘합목적성’ 등 구체적 논거를 내세워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잘 표현한 경우에 속한다. 우선 글을 ‘친일파 후손의 권리 행사에 대한 문제 제기’→‘자기 주장과 근거 제시’→‘문제 해결 방안 제시’로 전개하는 등 문단 구성이 돋보인다.

좋은 논술문을 쓰려면 대략 5가지 능력이 필요하다. ①문제해결을 위한 사실 이해 능력 ②문제 분석 능력 ③논거를 토대로 한 문제 정리를 위한 논리적 능력 ④일관성 통일성 긴밀성 있는 문단 구성 및 작문능력 ⑤관찰을 통한 종합적 사고 능력이 그것이다.

이런 능력은 하루이틀에 성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꾸준한 독서와 신문 읽기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정리하고 사고하며 글을 쓰는 연습을 많이 하는 것이 좋다.

이 학생은 문제 발견을 위한 사실의 이해 능력, 문제 해결을 위한 예리한 분석 능력, 글을 구성하는 논리적 능력 등 논술에 필요한 능력을 고루 갖춘 학생이다.

이석록 대치메가스터디 학원 원장


■ 생각 넓히기

① 독립운동가들의 후손들이 대부분 가난하게 살고 있는 반면 매국행위를 통해 재산을 축적한 친일파와 그 후손들이 부유하게 사는 것은 민족 정체성이나 역사관 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국사, 윤리)

② 제헌의회에서 반민족행위처벌법이 제정돼 친일파의 재산을 몰수할 기회가 있었으나 이승만 정부가 삼권분립·질서유지·반공 논리로 반민특위 활동을 방해해 그 기회가 무산됐음을 이해한다. (정치, 국사)

③ 2005년 2월 의결 정족수를 훨씬 넘은 과반수 국회의원 169명이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환수에 관한특별법’을 공동 발의했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정치, 법과사회)

④ 헌법 제13조 2항에 규정된 ‘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하여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는 소급입법 금지의 원칙과 민법상의 시효제도가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환수에 관한특별법’ 제정과 상충됨을 이해한다. (법과사회, 근현대사)

⑤ 친일파의 범죄행위를 가지고 후손을 연좌제로 처벌함은 위헌이 된다. 그러나 ‘매국’과 ‘친일’이란 범죄행위로 얻게 된 재산을 후손이 상속받은 상황에서 그 재산을 몰수하는 것은 연좌제의 문제가 아님을 이해한다. (근현대사, 법과사회)

최강 최강학원 원장


■ 고교생 다음(11월 15일) 주제

철새는 한곳에 계속 머무는 텃새와 달리 계절에 따라 남북간의 먼 거리를 이동하곤 한다. 이 때문에 철새 이동 경로를 따라 조류 인플루엔자(AI) 등 철새를 매개로 하는 바이러스가 급속히 확산되기도 한다. 철새가 주기적으로 먼 거리를 이동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가설을 세우고, 이를 검증할 수 있는 실험방법을 800자 내외로 설명하시오.

○고교생은 11월 11일까지 학교, 학년, 주소, 연락처와 함께 글을 보내주세요. 50명을 선정해 문화상품권을 드립니다.

○글 보낼 곳: edu.donga.com/nons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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