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지자체 순례]<7>경북

  • 입력 2005년 2월 13일 17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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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의 면적은 1만9000여km²로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넓다. 남한 면적의 5분의 1(19%) 정도로, 서울(605km²)과 경기도(1만127km²)를 합친 것보다 크다.

땅이 넓은 탓에 낙후지역도 많지만 성장 잠재력도 그만큼 크다고 볼 수 있다. 전국 무역수지 흑자의 40%가 경북에서 나온다는 사실은 산업이 잘 발달해 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예로부터 ‘웅도(雄道)’로 불려온 경북이 자연과 문화, 산업을 기반으로 새롭게 웅비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주요 사업계획들을 살펴본다.

▽울진세계친환경농업엑스포, 농업의 미래를 연다=울진군청에 전화를 걸면 교환실부터 군수실까지 누구나 “친환경합시다”라고 응대한다. 울진군 공무원들은 회식자리에서 술잔을 마주할 때도 “위하여” 대신 “친환경합시다”라고 외친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올 여름(7월 22일∼8월 15일) 울진군에서 친환경농업 관련 국제행사가 열리기 때문이다. 주민 5만8000여 명의 작은 자치단체에서 개최하는 첫 국제행사인 만큼 마음가짐이 다를 수밖에 없다.

행사의 공식 명칭은 ‘2005울진세계친환경농업엑스포’. ‘친환경 농업! 인간을 살리는 생명산업’을 주제로 하고 있다. 독일,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열린다.

행사장은 울진군 근남면 왕피천 엑스포공원으로 개장을 앞두고 지금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다. 맑은 왕피천이 동해와 만나는 아름다운 곳이다.

핀란드 미국 일본 뉴질랜드 등 20개국의 35개 단체와 국내 38개 자치단체, 8개 국내 대학 등이 행사에 참여해 친환경 산업의 미래를 보여줄 예정이다.

울진군은 친환경 농업과 상품에 관한 자료를 비롯해 관람객들이 직접 친환경 농업을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김용수(金容守) 울진군수는 “깨끗한 산과 강, 바다가 한데 어울린 울진이야말로 친환경 농업의 중심지로 적당하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번 엑스포는 한국의 친환경 농업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관계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엑스포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인 단국대 한국유기농업연구소 손상목(孫尙穆·국제유기농업협회 상임이사) 소장은 “이 엑스포를 계기로 한국에서도 친환경 산업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국민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행사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경북도가 30억 원, 농림부가 20억 원, 행정자치부가 29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영일만 신항(新港) 공사, 동해의 지도를 바꾼다=영일만 신항 건설은 동북아 전략거점 확보를 위해 1996년부터 시작한 국책사업. 1조7000억 원을 투입해 포항시 북구 흥해읍 연안에 9km의 방파제를 축조해 컨테이너 4선석을 포함해 모두 16선석 규모의 항만을 건설할 계획이다.

컨테이너 부두는 2만 t급 선박 4척을 동시에 접안시킬 수 있는(4선석) 길이 1km, 폭 600m 규모. 경북도와 포항시를 비롯해 7개 건설회사가 참여해 추진하고 있다.

영남권에서 컨테이너 부두시설은 부산항이 50선석 규모, 울산항은 1선석 규모다.

경북과 대구의 수출입 컨테이너 화물량은 연간 92만 TEU(1 TEU는 높이 6m 길이 13m인 컨테이너)로 이 가운데 95%가 부산항을 통해 처리되고 있다.

2008년까지 조성될 컨테이너 부두는 영일만 신항 공사의 핵심 기반으로 포항항의 기능을 획기적으로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정장식(鄭章植) 포항시장은 “영일만 신항은 동해의 모습을 탈바꿈시키는 것은 물론 인천항 및 부산항과 더불어 우리나라 국제무역의 관문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미공단, 한국의 실리콘밸리를 꿈꾼다=구미공단은 지난해 273억 달러를 수출했다. 전국의 11%, 경북의 81%를 차지해 단일 공단으로서는 전국 최대의 수출 실적을 보였다.

미국 실리콘밸리와 경제교류를 추진하고 있는 구미는 한국경제를 이끈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구미공단은 1971년 처음으로 800만 달러어치를 수출한 이후 1981년 10억 달러, 1996년 100억 달러, 2003년 200억 달러의 수출을 기록하는 등 성장세가 엄청나다. 논밭을 전자산업 중심의 공단으로 바꾼 지 30년 만에 한국 경제의 견인차로 대변신한 것.

기존의 1∼3공단(523만 평)이 수출 공단의 토대를 닦았다면 현재 조성 중인 4공단(205만 평)은 미래 첨단산업의 기반이다. 지난해만 세계 최대 유리제조업체인 일본의 아사히글라스 등 7개 외국기업이 4공단에 10억 달러의 투자를 약속했다.

김관용(金寬容) 구미시장은 “구미의 산업은 한국의 경제성장을 보여주는 상징”이라며 “전자산업의 토대 위에 외국기업의 투자 유치가 이어지면 500억 달러 수출도 몇 년 안에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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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이의근 경북지사 “동북아 40여 자치단체와 협력”▼

“올해는 경북의 미래를 다지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10여 년 동안 열심히 구상하고 추진했던 청사진이 구체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이의근(李義根·사진) 경북도지사는 전국의 자치단체장 가운데 ‘최고참’이다. 1993년 관선 지사를 거쳐 95년 초대 민선 도지사로 선출돼 지금까지 10년째 맡고 있다.

그는 “10년 동안 전국에서 가장 덩치가 큰 경북의 틀을 바꾸기 위해 쉬지 않고 달려왔지만 산업구조를 다양하게 바꾸는 것이 참 어렵다”고 고백했다.

이 지사가 구상하는 ‘새로운 틀’은 농업지역이라는 전통적 틀에서 벗어나 첨단산업과 생명산업, 문화산업이 어우러지는 지자체로 만드는 것. 전자 및 철강산업을 기반으로 한 첨단산업을 활성화하는 한편 풍부한 문화유산을 활용한 문화산업 창출, 빼어난 자연을 활용한 생명산업 유치 등이 목표다.

그는 “만족할 수준은 아니지만 그동안 추진했던 계획들이 최근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며 “올해는 외국기업의 투자 유치도 일본과 미국 중심에서 벗어나 중국 등 다른 나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경북도는 산업과 문화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결실을 거뒀다. 외자유치 부문에서 전국 최우수 자치단체로 선정됐고, 1998년부터 시작한 경주세계문화엑스포를 내년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에서 공동 개최하기로 하는 개가를 올렸다. 캄보디아 정부와 ‘앙코르와트-경주세계문화엑스포’를 함께 열기로 한 것.

이 지사가 주도해 1996년 경주에서 창설된 동북아자치단체연합(NEAR)은 자치단체의 외교력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

내년 부산에서 6차 총회가 열리는 NEAR는 현재 한국 일본 러시아 등 동북아 6개국 40개 자치단체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 지사는 정부에 대해 “대규모 국책사업들이 정치적 상황에 좌우되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달라”고 주문하면서 “지방분권과 국토균형발전은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겉과 속이 다른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는 정부와 정치권이 지나치게 충청권에만 신경을 쏟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이자 비판이다.

이 지사는 최근 정부에 ‘동해권 개발 기획단’ 설치를 건의했다. 서해안 개발을 위해 1998년 국무총리실 산하에 서해안개발추진위원회가 설치돼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데 비해 동해권의 발전 계획은 소홀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포항에서 경북도와 강원도지사, 울산시장과 함께 환동해권연구센터를 설치키로 하는 등 동해권 발전에 힘을 모으기로 공식 협약을 했다.

내년 6월 임기가 끝나는 그는 “퇴임할 때 선견지명을 갖고 지역발전을 위해 좋은 그림을 그렸다는 평가를 받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대구=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이의근 경북지사 약력▼

△1938년 경북 청도 출생

△대구상고, 영남대 경제학과

△경기도 기획관리실장

△경기 부천시장, 안양시장

△내무부 지방행정국장

△대통령 행정수석비서관

△영호남 시도지사 협력회의 의장(현)

△경북도지사(199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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