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진짜로 녹이 덕지덕지 슨 쇠뭉치들이 가득하다. 이곳이 바로 3000여 점의 국내외 자물쇠와 열쇠를 모아 놓은 ‘쇳대 박물관’(‘쇳대’는 열쇠의 방언)이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최가철물’이란 철물점을 운영하는 최홍규 씨(48)가 지난해 11월 전 재산을 들여 개관한 사설 박물관이다. 지하 1층, 지상 6층 규모의 건물 가운데 3, 4층이 전시공간이다.
최 씨는 “강북은 유적지와 고궁이 산재해 있고 그중에서도 동숭동은 문화 향취가 가득한 공간”이라며 “고려청자와 조선백자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언제나 우리 곁에 있어 준 자물쇠의 소중함을 널리 알리고 싶어 동숭동에 박물관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곳에는 고려 왕실에서 사용했던 은입사 자물쇠와 조선 상류사회에서 혼수품으로 애용됐던 열쇠패(장식용 열쇠고리)를 비롯해 유럽 아프리카 티베트 북한 등 세계 각국의 자물쇠와 열쇠들도 전시돼 있다.
순금 자물쇠부터 심하게 부식돼 부서질 듯한 자물쇠 등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다양한 전시품들은 최 씨가 29년간 모아온 것들. 외국에서 자물쇠를 가져오다 무기로 오인 받아 세관에서 압수당하거나, 흉가(凶家)의 자물쇠를 살펴보다 도둑으로 오인받기도 했다.
“가구가 ‘꽃’이라면 자물쇠는 ‘나비’라 할 수 있어요. 현대식 가구에 밀려 옛 가구는 사라지고 자물쇠만 남았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는 단순히 잠그고 여는 것 외에 옛 장인(匠人)의 정성이 담겨 있어요.”
고교 졸업 후 중구 을지로의 작은 철물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차디찬 쇠가 다양한 물건으로 ‘환골탈태’하는 과정을 보며 쇠에 매료된 그는 철물점 종업원으로 잔뼈가 굵은 뒤 1989년에 자신의 성을 딴 철물점을 창업했다.
▼찾아가는 길▼
서울지하철 4호선 혜화역 1번 출구에서 방송통신대 방면으로 걸어서 5분 거리. 어린이 2000원, 청소년 3000원, 일반 5000원, 6세 미만이나 경로우대증 소지자는 무료. 오전 10시∼오후 6시. 월요일은 휴관. 16일부터 내년 1월 말까지 ‘세계의 자물쇠전’이 열린다. 02-766-6495 www.lockmuseum.org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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