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라이프]거리정화 나선 일산 주엽동 필정숙씨

  • 입력 2004년 6월 6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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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애플캠페인 발대식을 연 필정숙씨. 그는 “주민들이 조금만 힘을 모으면 좀 더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이동영기자
4일 애플캠페인 발대식을 연 필정숙씨. 그는 “주민들이 조금만 힘을 모으면 좀 더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이동영기자
“살다보니 좋아진 점도 많지만 나빠지는 점이 많아 우리 손으로 고쳐보자고 모였지요.”

경기 고양시 일산구 주엽1동에서 ‘애플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는 필정숙씨(50·여).

주엽1동에서 10년 넘게 살아온 필씨는 애플캠페인을 통해 이곳을 좀더 살기 좋은 동네로 만들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달콤하고 맛있는 사과처럼 이웃이 사랑으로 뭉쳐 서로 달콤하게 살아보자는 의미에서 캠페인 이름을 애플로 붙였다.

필씨는 4일 주엽1동 주민자치센터에서 주민 250여명이 모인 가운데 이 캠페인 추진을 위한 발대식을 열었다.

주엽1동은 역세권인데다 금융기관이 밀집해 있어 일산신도시에서 거리환경이 가장 열악한 곳으로 꼽히는 지역.

노점상이 난립해 있고 상점들에서 내놓은 물건들이 인도에까지 진열돼 있으며 불법주정차도 끊이지 않는다.

현란하고 제멋대로인 광고판도 거리를 한층 번잡하게 느끼게 한다.

필씨는 “투쟁하자는 게 아니라 주민들이 함께 불편사항을 개선해 나가자는 것”이라며 “애플캠페인을 추진하다 보면 공동체 의식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0일부터 4개 팀을 꾸려 거리탐사에 나선다. 보도블록 상태와 간판의 위치 및 수, 불법 현수막과 노점상 수, 가로수의 건강상태와 가로등 밝기까지 주민의 보행에 불편을 주는 모든 사항을 꼼꼼히 조사하는 게 이들 팀의 임무.

이런 조사 내용을 토대로 이달 말부터는 상가 대표 및 노점상연합회 등과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고양시와 일산구청에도 조사 내용을 통보하고 행정기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적극 요구할 계획이다.

상점으로 인해 생기는 불편사항을 업주가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자세를 보일 경우 반상회 등을 통해 주민에게 모범업소로 적극 홍보하는 등 상생의 해결책을 모색하기로 했다.

“호수공원이 생기고, 녹지가 늘고, 교통도 좋아져 일산이 살기 좋아졌죠. 그러나 매연이 심해지고, 유흥업소가 늘어나면서 정서적으로 좋지 않게 된 것 같아요. 특히 이웃간에 대화가 없다는 게 늘 안타까웠어요.”

필씨는 앞으로 주엽1동 주민들끼리 매년 ‘애플데이’를 정해 서로 사과를 주고받는 자리를 만들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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